[단독] 직영점 의무화에 ‘묻지마 창업’ 줄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입력 2023.12.20 06:47
수정 2023.12.20 06:47

개정안 시행 1년, 외식 가맹본부‧브랜드 수 증가율 94%↓

치솟은 인건비‧식재료 비용도 부담

지속적인 가맹본부 규제에 가맹사업 포기 사례도 늘어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IFS 프랜차이즈 창업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창업 상담을 받고 있다.ⓒ뉴시스

지난 2021년 11월 가맹사업 시 직영점 운영을 의무화 한 가맹사업법 시행 이후 ‘묻지마 창업’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1년 만에 가맹본부와 브랜드 수 증가율이 94% 이상 크게 하락했는데 개정안 시행과 더불어 치솟은 식자재 비용과 지속된 가맹본부 규제도 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일 데일리안이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등록된 정보공개서를 분석한 결과, 2021년 대비 2022년 외식 전체 가맹본부수와 브랜드수 증가율은 각각 2.7%, 1.0%로 조사됐다.


직영점 운영을 의무화한 가맹사업법 개정안 시행 전인 2020년 대비 2021년에는 외식 전체 가맹본부수와 브랜드수 증가율이 각각 48.9%, 60.0%였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율이 94.5%, 98.3% 줄어든 수치다.


한식, 커피, 치킨 등 외식 주요 업종에서도 증가율이 일제히 감소했다.


한식은 가맹본부수와 브랜드수 증가율이 2020년 대비 2021년 각각 45.9%, 64.4%에서 2021년 대비 2022년 4.7%, 1.8%로 줄었고, 커피는 73.0%, 77.2%에서 9.8%, 9.6%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치킨업은 41.8%, 44.6%에서 -2.7%, -2.9%로 가맹본부와 브랜드수가 오히려 감소했다.


2020~2022년 주요 외식 업종의 가맹본부 수 변화 추이.ⓒ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

전체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전체 매장 대비 직영점 비중은 4.3%로 집계됐다.


커피업이 4.8%로 평균 대비 높았고, 한식은 4.3%로 전체 평균과 동일했다. 반면 치킨업은 1.0%로 직영점 비중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정 가맹사업법 시행 이전에는 직영점 경험이 없는 무늬만 가맹본부들이 난립하면서 다수의 가맹점주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 가맹비만 받아 잠적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한 가맹본부가 수십개의 브랜드를 등록하고 운영 대신 브랜드 매매에만 열중하기도 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도 자정작용을 위해 직영점 운영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는데 실제 개정 가맹사업법 시행 이후 효과가 입증된 셈이다.


이와 함께 식재료 및 인건비 비용이 증가한 점도 가맹본부와 브랜드수 증가율을 낮춘 배경으로 꼽힌다.


외식의 경우 지출 비용 중 인건비와 식재료, 임대료 비중이 가장 큰 만큼 이들 비용 상승이 가맹사업 축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저임금은 지난 2019년 10.9% 급등한 이래 최근 5년간 30% 가까이 인상됐다.


가맹본부에 대한 지속적인 규제 강화도 산업을 위축시키는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8일에는 가맹계약서에 필수품목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기재하도록 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어 14일에는 가맹점주 단체가 공정위에 신고하면 가맹점주를 대표해 가맹본부와 거래 조건 등을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필수품목 관련 개정안의 경우 영업비밀 노출과 잦은 가맹계약서 변경 등으로 업계의 반발이 컸던 사안이다.


이어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가맹점주 단체가 마치 일반 제조업의 노조처럼 회사와 교섭할 수 있는 권리를 개인사업자인 가맹점주에게 줬다는 점에서 가맹사업의 본질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가맹점주의 권한을 키우는 규제 법안이 지속적으로 더해지고 있어 아예 가맹사업을 포기하고 직영점 위주로 재편하거나 사업을 접는 가맹본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동안 프랜차이즈업이 은퇴자들에게 새로운 일거리를 제공해주는 주요 창구로도 활용돼 왔는데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경우 중장년 일자리 공급도 줄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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