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주춤하는 사이…‘선택과 집중’으로 관심 이끄는 지상파 [D: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3.12.16 09:54 수정 2023.12.16 10:00

규모·자극의 경쟁 속, 지상파가 입증한 역량

‘킬러 콘텐츠’를 쏟아내며 TV 드라마의 ‘위기’를 유발했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콘텐츠들이 잠시 주춤하고 있다. 최근 공개한 작품들이 연이어 ‘혹평’을 받고 있는 넷플릭스부터 강렬한 장르물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큰 관심을 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은 티빙, 웨이브까지. OTT 콘텐츠를 향한 관심도 전보다는 줄어든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TV 드라마들은 무게감 있는 사극과 편안한 힐링극으로 고자극 콘텐츠에 지친 시청자들을 달래고 있다.


ⓒKBS, MBC

올해 초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 지난 8월 시청자들을 만난 디즈니 플러스 ‘무빙’을 제외하면, 올해 OTT 콘텐츠들은 다소 조용했다. 물론 일부 작품들은 완성도 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나름의 성과를 남기기도 했지만, 이전에 큰 스케일과 자극적인 표현으로 눈길을 끌며 흥행을 주도하던 것과 비교하면 영향력이 줄었다는 평가다.


“위기” 호소가 이어지던 지상파는 이 틈을 타고 평일 드라마를 축소하고, 금토 또는 주말드라마에 공을 들이면서 멀어졌던 시청자들의 관심을 되돌리고 있다.


KBS는 대하 사극 ‘고려 거란 전쟁’을 통해 묵직한 정통 사극의 매력을 제대로 구현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관용의 리더십으로 고려를 하나로 모아 거란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고려의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의 이야기를 담아, 최근 회차인 10회에서는 시청률 10%를 돌파했다.


또 넷플릭스에서도 공개 중인 ‘고려 거란 전쟁’은 정통 사극 최초로 넷플릭스 국내 시리즈 부문 1위를 차지하며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층까지 아우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KBS가 그간 다수의 대하 사극을 선보이며 쌓은 역량을 제대로 입증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흐름이다.


앞서 금토드라마 ‘연인’으로 정통과 퓨전을 오가며 대중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사랑을 받았던 MBC는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으로 연속 흥행에 성공했다. ‘연인’에서는 병자호란을 소재로 방대한 서사와 로맨스의 적절한 조화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트렌디한 퓨전 사극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연인’은 1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6회 만에 9%의 시청률을 돌파해, 이후 이어질 기록을 기대케 하고 있다.


시청률은 4%대로 앞선 작품들보다 낮지만, SBS 금토드라마 ‘마이 데몬’은 높은 화제성으로 나름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TV-OTT 통합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마이데몬’의 송강과 김유정이 1위와 2위를 차지했으며, OTT 통합검색 및 콘텐츠 추천 플랫폼 '키노라이츠'가 공개한 12월 1주 차(11월 30일부터 12월 6일까지) 통합 콘텐츠 랭킹에서 ‘마이 데몬’이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지상파까지도 평일 드라마를 축소하면서 위기 분위기를 실감케 했었다. 평일 드라마 명맥을 잇기 위해 MBC ‘오늘도 사랑스럽개’, SBS ‘국민사형투표’ 등 주 1회 드라마를 시도하기도 했으나, “몰입도가 지나치게 떨어진다”며 유의미한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 토, 일요일로 작품이 쏠리며 상황을 더욱 악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스위트홈2’, ‘운수 좋은 날’ 등 이 드라마들과 경쟁한 OTT 콘텐츠들이 스케일을 키우고, 표현의 수위를 높이며 규모, 자극의 경쟁을 펼치는 것과 반대로 ‘OTT 드라마들이 하지 않았던’ 시도로 의미를 남긴 것이다.


물론 20% 이상의 ‘대박’ 드라마는 나오지 못했으며, 고군분투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얼어붙은 TV 광고 시장 등 전망이 마냥 밝지는 않다. 그럼에도 이렇듯 TV 드라마만이 낼 수 있는 성과를 꾸준히 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이제는 OTT 동시 공개 작품들도 많아지고, 여러 플랫폼에서 작품을 시청하는 것이 당연해졌기 때문에 전과 같은 결과를 바라는 것은 힘들다”면서도 “다만 그럼에도 TV 콘텐츠들이 할 수 있는 역할들이 있다. 이것을 꾸준히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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