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에 밀리고 시공사 못 구하고…리모델링 ‘수난시대’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3.12.14 08:19
수정 2023.12.14 08:19

재초환법·1기신도시 특별법 통과, 리모델링 ‘시들’

고금리 기조, 사업성 떨어져 건설사들도 ‘외면’

“사업 동력 떨어져…재건축으로 선회하자 움직임”

장기간 표류하던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재초환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재건축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데일리안DB

장기간 표류하던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재초환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재건축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리모델링 시장은 찬바람이 분다. 규제는 강화되고 고금리와 부동산경기 침체 여파로 건설사들의 선별수주 움직임이 두드러지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13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1기 신도시 특별법과 재초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부터 재건축 규제 완화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내년 3월부터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 면제 기준 및 부과 구간 단위가 완화된다. 초과이익 부담금 면제 기준은 8000만원으로, 부과 구간은 5000만원으로 확대된다. 1주택자는 보유 기간에 따라 최대 70%까지 부담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담금 부과 개시 시점은 조합설립인가일로 조정됐다.


이어 4월부터는 1기 신도시 특별법이 본격 시행된다. 조성된 지 20년 이상 된 100만㎡ 이상 택지를 대상으로 용적률 규제 완화, 안전진단 완화 및 면제 등 혜택이 주어진다. 재건축 관련 규제가 잇달아 완화됨에 따라 시장에선 내년부터 정비사업에 탄력을 받는 단지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하지만 리모델링 시장의 부침은 계속되고 있다. 이렇다 할 정책적 혜택이 없는 데다 공사비 급등으로 건설사들의 정비사업 ‘옥석 가리기’가 심해지면서 시공사를 찾지 못하거나 급기야 조합 해산을 결정한 사례도 있다.


서울 송파구 풍남동 ‘강변현대’는 지난해 5월 시공사 선정을 절차에 돌입했지만, 1년 6개월간 답보상태다. 관심을 보이는 건설사를 찾지 못해 결국 조합 해산을 결정했다. 경기 군포시 산본8단지 ‘설악아파트’는 지난해 7월 쌍용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쌍용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포기하면서 시공사 입찰이 무산됐다.


서울시가 리모델링 관련 규제를 강화한 것도 발목을 잡는다. 시는 앞으로 수평증축도 수직증축처럼 2차 안전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고시했다.


수직증축(안전진단 A·B등급)은 1차 안전진단과 1·2차 안전성 검토, 2차 안전진단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로워 대부분 단지는 수평증축(C등급)을 추진 중이다. 수평증축 단지들은 대개 1층에 필로티를 세우고 최상부 1개층을 증축하는 방식을 따르는데, 서울시가 이 방식은 수직증축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리게 된 것이다.


시는 또 재건축·재개발처럼 리모델링에도 공공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규정했다. 그간 리모델링은 별도의 공공기여를 하지 않아도 돼 늘어나는 가구수는 적지만 기부채납에 대한 부담은 없었으나 상황이 달라졌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소규모 단지거나 용적률이 200%를 초과해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이 대부분이다. 시는 공공성 확보 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단 방침이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혜택이란 지적이다.


허훈 서울시의원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서울 도심 내 리모델링 추진 단지 76곳 중 22곳은 이로 인해 사업 계획을 변경하거나 추가 안전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 업계에선 사실상 리모델링 추진동력이 약해진 만큼 재건축으로 선회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질 것으로 내다본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지부진하던 재초환법, 1기 신도시 특별법도 통과돼 시행을 앞두고 있어 리모델링에 대한 인기는 더 사그라질 것”이라며 “내력벽 철거 문제도 논의가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규제만 강화하면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재건축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재건축·재개발과 마찬가지로 리모델링도 하나의 정비사업 방식으로 인정하고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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