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일 무단 지각 및 결근했어도…"개선 기회 안 줬다면 해고는 부당" [디케의 눈물 146]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3.12.12 04:19
수정 2023.12.12 04:19

문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 직원, 근태불량 해고 당하자 중앙노동위에 구제신청…법원 "과한 징계"

법조계 "해고 사유는 인정되지만…처분 전에 미리 주의 줬어야, 재량권 일탈·남용"

"의견 제출 기회나 징계위원회 개최 등 절차 밟았다면 해고 문제 없었을 것"

"상급자가 구두로라도 주의 줬다는 증언·증거 나온다면 판결 뒤바뀔 가능성"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뉴시스

1년에 168일을 무단지각 및 결근한 직원을 경고나 제재 없이 해고한 것은 과도한 징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사전에 직원에게 의견 제출의 기회를 주거나 징계위원회를 여는 등 개선할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원이 부당한 해고라고 본 것으로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재가 없었다고 해도 상급자가 구두로라도 주의를 줬다는 증언 혹은 증거가 나온다면 2심에서 판결이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송각엽 부장판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 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앞서 A씨는 해외문화홍보원의 행정직원으로 입사해 근무하다가 상습적으로 무단 지각·결근했다는 이유로 2021년 해고 당했다. 총 근무일수 242일 중 168일(69.4%)간 근태 불량을 기록했고 필요 이상으로 연장근무를 해 보상휴가를 부정수급했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이후 중노위가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자 해외문화홍보원은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이에 재판부는 "A씨가 과다하게 적치한 연장근로를 보상휴가로 대체해 승인되지 않은 지각·결근에 사용하는 등 해고 징계사유는 인정된다"면서도 "원고가 A씨에 대해 어떤 개선의 기회도 부여하지 않고 곧바로 해고한 것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신상민 변호사(법무법인 에이앤랩)는 "징계 사유 자체는 인정이 될 수 있지만 직원에 대한 해고는 사용자가 할 수 있는 가장 중한 징계인 만큼 처분 전 몇 차례 비위를 저질렀을 때 주의를 주거나 개선의 여지를 줬어야 한다"며 "더 낮은 처분을 할 가능성도 있었는데 한 번에 지나치게 중한 처분을 내렸기에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판단하고 위법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gettyimagesBank

그러면서 "내부적으로 정해진 취업규칙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주고 징계위원회 등을 여는 등 정상적인 절차만 제대로 거쳤다면 해고 처분이 부당하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구승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징계는 회사의 사적 자치 영역에 있는 부분인 만큼 큰 틀에서 근로기준법만 따랐다면 세부적인 부분에서 자체적인 징계를 내리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만약 사내규칙에 '몇 회 이상 지각·결근 시 해고' 등 구체적 내용이 명시됐다면 징계는 문제 없이 이뤄졌을 것이다"며 "사측의 처분이 절차상 부적절했다고 재판부에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에서 직원에 대해 중징계를 내리기 전 관리·감독이나 경징계 절차를 밟는 의무를 해태하면 안 된다는 것을 극단적인 사례로 보여준 판결이다"며 "다만 사전에 제재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A씨에 대해 상급자가 구두로라도 주의를 줬다는 증언이나 증거가 나온다면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징계해고 이전에 A씨가 근태 불량 등에 대한 사전 경고나 제재를 받은 적이 없었다는 점, 보상휴가 사용에 관한 구체적인 지침이나 상한도 없었다는 점, A씨가 맡았던 업무 처리 내용에도 특별히 문제가 없었다는 점에서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A씨에게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없기에 경고 등 개선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재량권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고 전했다.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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