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진 34세 女의사, 5명 살리고 떠났다
입력 2023.12.08 05:24
수정 2023.12.08 05:25
30대 의사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장기기증을 통해 5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7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은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이은애(34) 순천향대 부천병원 임상조교수가 지난 6일 심장, 폐장, 간장, 신장(2개)을 5명의 환자에게 기증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근처에서 친구들과 식사하던 중 머리가 아파 화장실에 갔다가 구토 후 어지러움을 느꼈다.
화장실 밖 의자에 앉아 있다가 행인의 도움으로 구급차에 탑승한 이 씨는 당시 의식이 있었으나 두통과 구토 증상이 다시 시작됐다. 이 씨는 근처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응급실에서 의식이 저하되면서 뇌출혈(지주막하출혈)을 진단받았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던 이 씨는 안타깝게도 뇌사 상태가 됐고, 가족들은 의사인 고인의 뜻을 잇고자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이 씨는 부모님이 결혼 후 7년 만에 어렵게 얻은 맏딸이다. 중·고등학교 전교 1등 수석, 모교 최초의 의대생, 의대 차석 졸업, 전공의 전국 1등을 하는 등 학업 성적도 뛰어났다. 이 씨는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수련 후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임상조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이 교수의 아버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맏딸이 하루아침에 이렇게 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며 "지켜주지 못한 죄스러운 마음에 딸아이 친구들 외에는 주변에 부고 소식을 알리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깨어날 것 같은 실낱같은 희망을 부여잡았다"면서도 "생명을 살리는 일을 업으로 삼던 딸이 생의 마지막까지 의사의 소임을 다하고 환자를 살릴 방법이기 때문에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아프지만 장기기증을 어렵게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교수의 여동생은 "언니는 훌륭한 의료인이자 내 인생의 모토였다. 의사 생활로 힘든 와중에 가족의 고민을 항상 들어주고, 마음도 헤아려주고, 가족을 늘 먼저 위했던 언니를 이렇게 보내야 하는 게 믿어지지 않고 보내기가 힘들다"며 애통해했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 박순철(혈관이식외과) 교수는 "의사라는 직업으로 최선을 다했던 딸이 끝까지 환자분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고인 가족의 숭고하고 뜻깊은 의지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