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직접수사 권한 줄어들자…20·30대 전세·투자 사기 피해 급증" [법조계에 물어보니 290]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입력 2023.12.07 05:15
수정 2023.12.07 05:15

법조계 "검수완박 이후 청년 대상 경제범죄 급증…경찰에만 사건 몰리니 과부하"

"경찰 가운데 일부는 사건 줄이려고 고소인·고발인 고소장 반려하는 경우도 있어"

"수사 인력 확충 및 수사관에 대해 적절히 동기부여 절실…정치권에서 '보완 입법' 해야"

"경찰 역량 올리기 위한 후속조치도 진행돼야…한국형 FBI 도입 하자더니 하세월"

경기 수원시에서 70억대 전세 사기 의혹을 받는 임대인이 해외로 도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지난해 5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을 골자로 하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이후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이 줄어들자 20·3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전세 및 투자 사기 등 경제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경찰관들에게 사건이 몰리자 일부는 사건을 줄이기 위해서 변호사 없이 고소장을 접수하러 온 고소인·고발인의 고소장은 반려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검수완박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사 인력 확충과 수사관들에 대한 적절한 방식의 동기 부여가 있어야 한다며 여야 정치권이 정치적 유불리를 빼고 고통받는 피해자들을 위해서라도 보완 입법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7일 경찰이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청한 건수는 총 10만3185건으로 2021년(8만523건) 대비 28% 증가했다. 올해는 1분기에만 2만3342건의 보완 수사 요청이 들어왔는데, 보완 수사 요구가 늘면서 처리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검찰 보완 수사 요구 중 6개월 이상 된 사건만 7195건으로 집계됐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검수완박 공표 이후 경찰에 많은 사건이 몰리면서 일선 경찰관들이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실제 일선 경찰관 중 일부는 사건을 줄이기 위해서 변호사 없이 고소장을 접수하러 온 고소인·고발인에 대해 '민사 사안이다' '고소장 내용만으로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반려한다고 들었다"며 "과거에는 검찰과 경찰이 사건을 분리 접수하다 보니 이같은 일이 적었지만, 지금은 경찰관들이 요건에 안 맞으면 고소장 접수를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안 변호사는 "설령 고소장을 접수했다 하더라도 사건이 많아서 수사가 늦어지다 보니 신속한 수사가 필요한 사기 및 재산범죄는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하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들이 사건 진행 상황 확인을 위해 전화를 하더라도 정체인 경우가 많다"며 "지금이라도 여·야가 정치적 유불리를 빼고 고통받는 피해자들을 위해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보완 입법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데일리안DB

김태룡 변호사(법률사무소 태룡)는 "검찰이 경찰에 대한 보완 수사 요구를 하면서 처리 기간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기존 같은 경우라면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만한 것들도 경찰에 수사요구를 하는 모양새"라며 "검찰에 일정 부분 수사에 대한 자유를 주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정구승 변호사(법무법인 일로)는 "검수완박 법안 공표 이후 20·30대 청년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가 속수무책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경제범죄의 경우 제도 변화 이후 최근 수사역량의 한계로 경제 범죄에 대한 밀도 있는 수사가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시민들이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는 것 외에는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검수완박 법안 공표 전까지는 KFBI를 설립해 부족한 수사역량을 보완하자는 의견들이 있었으나 1년 넘게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진작에 논의가 끝나서 도입 돼야 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변호사는 "검사한테 수사권을 뺏어가고, 경찰의 역량을 올리기 위한 후속 조치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결국 KFBI 역시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다가 버려진 셈"이라며 "야당에서 무리하게 검찰 수사권을 뺏으려고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발생한 일이기에 책임을 지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질타했다.


동시에 김 변호사는 "일각에서는 경찰관이 사건을 처리할 때마다 인센티브를 줘서 수사 의욕을 높여주자는 의견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도입을 할 경우 경찰관들이 '인센티브가 될 만한 사건'만 맡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수사 인력 확충과 수사관들에 대한 적절한 방식의 동기부여가 있어야지만 현재의 검수완박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