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가’ 협상 막바지…철강업계, 中·日 ‘저가공세’에 기세 꺾였나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3.11.29 06:00
수정 2023.11.29 06:00

철강-조선업계, 연내 후판가 협상 마무리…가격 소폭 인하 가닥

'팽팽했던 대립' 글로벌 후판가 내림세로 한 풀 꺾여

中·日 등 수입산 후판 한국보다 20만원 정도 저렴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포스코

올해 하반기도 치열한 접점을 보이던 철강업계와 조선업계의 후판가 협상이 막바지에 들어섰다. 후판가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졌지만 글로벌 후판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철강사들이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업계는 조선업계와의 조선용 후판가 협상을 연내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가격은 상반기 대비 소폭 인화된 수준에서 마무리 될 전망이다.


후판은 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철강사와 조선사의 가격 협상은 상반기와 하반기 1년에 총 두 번 이뤄진다. 선박 건조 비용에서 20%나 차지하는 만큼 조선업계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반기 양측의 대립은 더욱 격화됐다. 여전히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지 못한 조선업계에 철강업계마저도 실적에 ‘빨간불’이 들어와 한치의 양보도 허용할 수 없게 됐다.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자동차, 건설 등 전방산업 수요 둔화로 판매량이 줄자 후판가를 올려 수익성을 방어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다.


김정환 현대제철 상무는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조선사 입장에서는 중국산 제품 가격이 워낙 저렴해 그 가격 수준을 요구를 하고 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원료 가격 상승분을 일정 반영해야겠단 입장이 있어 서로 상반된 입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반기 시장 흐름은 조선업계가 유리한 쪽으로 흘러갔다. 올해 상반기 만해도 후판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원가 부담을 안은 철강업계의 입장이 크게 반영됐으나, 하반기는 이마저도 통하지 않게 됐다. 글로벌 후판가가 내림세를 타면서 인상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과 ‘엔저’ 바람을 탄 일본은 시중에 후판을 한국산보다 월등히 저렴한 가격으로 쏟아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후판 수입량은 약 129만2220t으로 전년 대비 90% 이상 증가했다. 일본산의 수입량은 전년 대비 82% 증가한 79만576t으로 나타났다. 중국산은 47만8920t으로 전년 대비 120% 가량 늘었다.


실제 수입산과 한국산의 가격 차이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 9~10월 만해도 수입산이 15만원 정도 저렴했으나, 현재는 20만원 가까이 차이났다. 최근 후판 수입 유통가는 t당 81만원, 국내 유통가는 100만원 대로 형성됐다. 중국산 후판은 이보다 더 저렴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철강사 입장에서도 인상할 요인이 없다고 보는 것 같다”며 “조선업계는 기본적으로 후판가를 인하하는게 기본적 입장인데, 조선사들이 이제 막 흑자가 난 거지 현재 수익성이 크게 좋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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