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수능'에 논술학원 '호황'…"학교서 수준별 논술수업 못하니 사교육으로 몰려"
입력 2023.11.29 05:11
수정 2023.11.29 05:11
수능 이후 대치동 일대 논술학원 수강자 급증…서울권 대학 논술 응시율도 전년 대비 상승
논술학원 "작년보다 학생들 문의 많아지고 시기도 빨라져…학생 대다수 하향지원 분위기"
전문가 "점수에 확신 있다면 수시 포기하고 정시에 상향지원 하겠지만…불안한 학생들 논술 몰려"
"대학별 맞춤형 수업, 일선 고등학교 현장에서 어려워…학생들 사교육에 의존할 가능성 높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역대급 불수능'으로 출제되면서 논술고사 응시율도 예년과 비교해 높아지고 있고, 서울 대치동 일대 논술 학원들이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험생들이 정시 모집에 불안감을 느끼고 논술고사에 지원한 것이라며, 대학마다 출제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일선 고등학교에서 논술 수업 강도를 높이지 않으면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8일 학원가 등에 따르면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대치동 일대 논술학원 수강자는 크게 늘었다. 학원마다 개강한 '논술 파이널 특강'에는 예년보다 많은 학생들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치동의 한 논술학원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확실히 올해는 전년 대비 학생들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 예년보다 학원 문을 두드리는 시기도 빨라진 게 느껴진다"며 "논술에 학생들이 많이 몰리다 보니 경쟁도 엄청 심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 대다수가 하향지원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앙대·한양대·이화여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의 논술고사에 작년 대비 더 많은 수험생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강대 논술고사 응시율은 55.5%로 전년(51.9%) 대비 3.6%p 올랐고 경희대도 58.9%로 전년도(57.5%) 대비 1.4%p 올랐다. 건국대는 전년 대비 3.0%p 오른 57.3%, 동국대는 4.2%p 오른 53.3%를 기록했다. 의·약학계열 논술만 따로 치르는 가톨릭대 역시 의예과 56.8%, 약학과 40.9%로 각각 전년보다 3.9%p, 2.2%p 올랐다.
정부가 사교육비를 잡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밝혔으나, 수능이 어려워지면서 되려 사교육 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각 대학별로 논술고사 출제기형, 패턴이 다양한 만큼 일선 고등학교에서도 논술 수업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문찬 리더스교육소장은 "수험생들이 정시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게 논술고사에 학생들이 몰린 가장 큰 이유로 보여진다"며 "주변에서 '불수능'이라는 말이 많다 보니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 소장은 "다만 수능은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실제 상황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일부 수험생 중에는 정시로도 합격할 수 있는 대학을 논술까지 쳐서 가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원점수가 낮아지다 보니 불안감을 느끼고 합격 예상 점수선을 제대로 잡지 못한 결과다. 점수에 확신이 있다면 수시를 포기하고 정시에 상향지원하겠지만 불안한 학생들은 논술고사장으로 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는 "각 대학마다 논술고사 출제유형이 다양하고 패턴이 모두 다른 만큼 일선 고등학교에서도 현재보다 논술 수업 강도를 높여야 한다"며 "현재 상태라면 학생들이 사교육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학교에서 수능 직후 또는 직전에 시행되는 논술 대비 수업은 학생들 입장에선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학별 맞춤형 수업이 되어야 하는데 일선 고등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학생의 수준별 논술 수업을 진행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부분들 때문에 학생들이 논술학원 등 사교육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