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도부, '용퇴 권고' 또 선 긋기… 혁신위와 충돌 긴장감 고조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3.11.27 11:36 수정 2023.11.27 11:41

용퇴론 논의 안 해…"해석의 영역"

4~5호 혁신안도 "공관위에서 검토"

김기현 '尹과 소통' 내세워 버티기

홍준표 "윤심은 나만? 갈수록 태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지도부가 혁신위원회의 '친윤·중진·지도부 불출마 또는 험지출마' 권고에 대해 거리두기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30일 혁신위원회가 안건으로 의결해 정식으로 보고하면 그 때 가서야 논의를 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혁신위 권고를 계속해서 외면하고 있는 모양새라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권고안'과 관련해 "지도부에서 따로 얘기되진 않았고, (언론의) 해석의 영역으로 남겨 놓겠다"며 "혁신위가 혁신안을 최종 정리해서 건의하거나 요청하면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다시 한 번 종합적인 의견을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최고위에 보고된 4~5호 혁신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공천관리위원회에 의견을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혁신안과 직접 관련이 있는 단위에서 논의해 결정하는 게 적절하다는 취지지만, 당초 "전권을 주겠다"며 강도 높은 혁신안을 주문했던 것과 비교하면 온도차는 분명하다.


박 수석대변인은 "혁신위가 제안하고 언론을 통해 공개된 여러 혁신안에 대해 우리 당 지도부는 상당 부분 의미 있는 혁신안을 제안한 것으로 평가하고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공관위에서 최대한 검토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았다"며 "공관위가 선거관리 차원에서 잘 적용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혁신위는 △상향식 공천을 통한 경쟁 및 전략공천 원천 배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컷오프 △과학기술 분야 인재 공천 확대 △정부 부처 과학기술자문관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4호·5호 혁신안을 각각 제안한 바 있다.


혁신위 내홍이 외부로 표출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해서도 지도부는 말을 아꼈다. 박 수석대변인은 "혁신위 내부 상황에 대해 평가하기에 충분한 정보도 없고 그럴 위치도 아니다"면서 "혁신위의 활동에 대해서는 계속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있고 우리 당이 변화할 수 있는 혁신안이 계속 제안되길 기대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박소연·이젬마·임장미 혁신위원은 지난 23일 혁신위원회의에서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안이 외면받는 상황에서 활동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다.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끌기용'이라는 취지의 한 혁신위원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이튿날인 24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이들을 만나 "사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며 일단 봉합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갈등의 원인이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언제든 다시 분출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분수령은 혁신위가 '권고안 의결'을 예고한 30일이 될 전망이다. 혁신위는 '조기 해체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김 대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류다. 특히 지난 주말 자신의 지역구인 울산 남구에서 의정보고회를 연 김 대표는 "(윤 대통령과) 어떤 때는 하루 3~4번씩 전화도 한다"고 했다. 지역구 재출마 의지를 보임과 동시에 '윤심'을 내세워 혁신위 압박에 맞서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윤심 팔아 당대표 되고 지금도 윤심 팔아 당대표직 유지하고 있지만 나만 윤심 팔아야지 너희들은 윤심 팔면 안 된다는 당대표를 가지고 총선이 되겠느냐"며 "갈수록 태산"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