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엔 비틀즈·베컴, 韓엔 BTS·손흥민"…尹, 영어 연설에 상하원 의원 전원 기립박수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입력 2023.11.22 04:02 수정 2023.11.22 07:50

英 국빈 방문 尹, 웨스트민스터 궁에서 연설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한 구절 인용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함께 응전"

"한영 어코드 기반,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 영국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자유민주주의 산실로 평가받는 영국 의회에서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 국빈 방문 계기 (리시 수낵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체결하는 '한영 어코드'를 기반으로 이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고 했다.


찰스 3세 국왕의 초청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런던의 국회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 궁에서 '도전을 기회로 바꿔줄 양국의 우정'이란 제목으로 약 15분간 영어 연설을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에 따르면 연설 제목은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을 응요해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의 외국 의회 영어 연설은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문 당시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한 이후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의회의 어머니'인 영국 의회에 서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윤 대통령은 "영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자본주의를 선도하고 전 세계에 전파함으로써 인류의 자유와 인권 신장, 비약적인 성장과 번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이런 위대한 영국을 이끌어온 핵심이 바로 영국 의회"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영국이 1883년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 이후 존 로스, 프랭크 스코필드와 같은 영국 선교사들이 한국의 어려운 이들을 보살피는 데 헌신하였고, 어니스트 베델 기자는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하여 한국의 독립운동에 기여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어 "1950년 영국은 공산 세력 침공으로 한국의 명운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세계에서 둘째로 많은 8만명의 군대를 파병했다"며 "1000명이 넘는 청년이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 국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참전용사인 콜린 태커리 전 육군 준위를 호명하며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봄 한미 연합훈련에 영국군이 처음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으며, 한영 간 정보 공유, 사이버 안보 협력 체계가 새롭게 구축되고 있다"며 "영국과 함께 북한의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처하면서, 가상화폐 탈취, 기술 해킹 등 국제사회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공조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 양국의 교역과 투자는 금융·유통·서비스·생명공학 등에 걸쳐 활발히 이루어져 왔으며, 2021년 한영 자유무역협정(FTA)가 발효된 이후 더욱 활성화되었다"며 "이번에 한영 FTA 개선 협상을 개시해 공급망과 디지털 무역의 협력기반을 다져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국의 협력 지평은 디지털·인공지능(AI)·사이버 안보·원전·방산·바이오·우주·반도체·해상풍력·청정에너지·해양 분야 등으로 크게 확장돼 나갈 것"이라고 했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 영국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북한 핵 위협, 공급망, 기후 대응, 디지털 분야 격차 등 직면한 과제들을 짚으며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문명은 도전과 응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고 발전한다고 했다. 역동적인 창조의 역사를 써 내려온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해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이 '문화·예술 강국'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이 비틀스,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윈스턴 처칠 수상은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고 했다"며 "이제 우리 양국이 창조적 동반자로서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할 때다. 우리는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을 증진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라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자, 상하원 의원들 전원은 기립해 약 30초간 박수를 쏟아냈다.

송오미 기자 (sfironman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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