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한 범인 3번이나 놓친 광주경찰…방심인가 무능인가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입력 2023.11.19 12:34
수정 2023.11.19 12:34

현행범 요건 충분한데도 수갑 채우지 않고 호송

경찰 지구대에 도주방지 위한 창살도 없어

범인 달아나자 '체포 아닌 임의동행' 변명

광주동부경찰서ⓒ연합뉴스

광주광역시에서 범죄 혐의자를 붙잡아놓고도 놓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에만 3번이나 일어난 일로, 광주 경찰이 범인을 호송하는 과정에서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A(19)씨는 전날 오후 동구 금남로 생활용품 판매점에서 2만8000원 상당의 물품을 훔친 혐의로 체포됐다. 물건을 훔치는 장면이 CCTV에 포착돼 증거가 명확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지구대 경찰이 A씨를 순찰차에 태워 경찰서로 데려왔는데, A씨는 차에서 내린 직후 경찰관의 얼굴을 가격하고 도주했다. 현행범임에도 불구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고 수갑을 채우지 않은 안이한 조치가 도주의 빌미를 제공했다.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A씨를 경찰이 뒤쫓아갔지만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경찰은 그를 추적하기 위해 다시 절도 현장을 찾아가 지문을 채취, 신원을 확인했다. 그 결과 A씨는 광주 모 대학교에서 한국어 연수 중인 유학생으로 해당 학교 기숙사를 거주지로 등록해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정보를 토대로 3시간 20분 만에 해당 기숙사에 있던 A씨를 검거했다.


만약 A씨가 불법 체류자 등 거주지가 명확하지 않은 인물이었다면 다시 체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 A씨가 도주함으로써 절도 범행 현장에 감식반이 출동해 지문을 채취하는 등 경찰력이 불필요하게 낭비됐다.

A씨가 검거되면서 일단락됐지만 광주에서 범인 도주 사건이 발생한 건 올해만 세 번째다.


지난 6월에는 불법 도박을 한 혐의로 경찰 지구대에 잡혀 온 베트남 국적 불법체류 외국인 10명이 집단 탈주극을 벌였다. 이들은 지구대 회의실에서 조사를 기다리다 20㎝ 남짓 벌어지는 창틈으로 빠져나갔다. 지구대에 도주 방지를 위한 창살은 없었고, 감시 인력도 따로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제 추방 등이 두려워 무작정 도망친 이들 중 7명은 경찰과 지인의 설득에 자수했고, 나머지 3명은 거주지 등에서 체포됐다. 이후 책임 있는 경찰관 4명에게 모두 감봉·견책 등의 경징계가 내려졌고, 재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집단 탈주극이 벌어진 지 3개월여 만인 지난 9월에는 광주 북구 한 숙박업소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붙잡힌 20대 B씨가 지구대로 향하는 도중에 도주하기도 했다. 그는 동행 중이던 경찰관에게 '전화 통화를 하겠다'고 핑계를 대며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주택가 담을 넘어 달아났다.


경찰이 B씨를 붙잡은 현장에서 마약 투약 도구 등이 발견돼 현행범으로 체포하기에 충분한 조건이었음에도 체포 대신 임의동행을 하다가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경찰은 B씨가 체포된 상태가 아니라 자발적인 임의동행을 하던 중이었다며 '도주'가 아닌 '이탈'이라고 해명했다. 결국 경찰은 B씨에게 도주죄를 적용하지 않았고, 관련 경찰관들에게도 별다른 책임을 묻지 않았다. B씨는 도주 2시간여만에 붙잡혀 구속 송치됐다.


이같은 광주 경찰의 행태로 인해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광주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어디라고 할 것 없이 여러 경찰서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개개인의 실수나 잘못으로만 보고 쉽게 넘어가면 안된다"며 "조직 전반의 분위기가 해이해지진 않았는지, 경찰 시스템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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