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중진·친윤에 '불출마' 전화 걸었다…당 지도부는 침묵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3.11.06 11:47
수정 2023.11.06 12:33

"이순신도 죽었기 때문에 영웅된 것"

"지도부·친윤 누군지 다 알아…결단해야"

지도부 "추후 종합적으로 논의" 선 긋기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당 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을 향해 거듭 결단을 압박하고 나섰다. 인 위원장은 2호 혁신안 발표에 앞서 '당 지도부·중진·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의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권고한 바 있다.


6일 채널A '라디오쇼'에 출연한 인 위원장은 "지도부,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이 누군지 다 알지 않느냐. 결단을 내리라는 것"이라며 "어제(5일) 저녁에도 빨리 결단을 하라고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이순신 장군도 죽었기 때문에 영웅이 된 것"이라며 "희생해서 서울로 올라와 출마하고 떨어져도 다른 할 일이 많고, 4년 후에 출마할 수도 있다. 당과 나라를 위해서 왜 못 하느냐"고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실제 인 위원장의 '권고'에 대해 현재까지 당 지도부는 말을 아끼며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일부 곤혹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현역 중에서는 윤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역임했던 이용 의원이 유일하게 "당이 요구하면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날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병민 최고위원 정도만 "혁신위가 내어놓은 여러 혁신안들이 총선을 앞둔 우리 당 변화에 나침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다"고 말했을 뿐, 김기현 대표나 다른 지도부 인사들의 관련 입장 표명은 없었다.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호 혁신안'과 관련해 "논의는 없었다"며 "당은 전체적으로 혁신위 활동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또한 "대사면 같은 안건은 상징적 의미에서 처음 의결을 했던 것이고 이후 안은 건건이 하기 힘들다"며 "혁신위에서 정리돼 올라오면 종합적 판단을 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지도부와 중진의원들이 마냥 입장표명을 미룰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대상자들을 향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고, 여론 형성에 성공한 인 위원장의 압박도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 위원장은 이날도 "이분들이 용기가 부족해서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조금 원치 않아 한다"면서 "그중 한두 명만 결단을 내리면 다 따라오게 돼 있다"고 거듭 압박하고 나섰다. "그분들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는 것은 알아서 스스로 멋있는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한 오신환 혁신위원도 "당에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기득권 또는 나름의 어떤 지위를 갖고 있는 분들이 더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줄 때 그 희생에 대한 크기가 국민께 더 커 보이지 않겠느냐"며 "국민들이 볼 때 상징적이고 희생적인 모습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결단을 호소했다.


이어 한나라당이 초유의 위기였던 과거 2004년 총선을 앞뒀던 시기를 가리켜 "박관용 국회의장을 포함해 다수의 의원들이 내려놨고 다시 당이 살아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예시한 뒤 "당 지도부를 포함한 중진들도 이런 충정 어린 마음들을 좀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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