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제3노조 "권태선도 '배임수재 혐의' 알고 있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3.10.23 10:03 수정 2023.10.23 10:04

MBC 노동조합(제3노조), 23일 성명 발표

지난 19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정보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MBC노동조합이 MBC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MBC노동조합(제3노조)

안형준 MBC 사장 선임 과정이 여전히 의혹이다. 이번 방문진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되었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CJ E&M PD가 받은 주식을 안형준 사장이 차명 소유한 것은 당시에는 위법이 아니었다. CJ E&M 감사국에 거짓말을 한 업무방해 혐의는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


그런데 권태선 이사장은 한 가지를 빼놓았다. CJ E&M PD가 납품업체에서 주식을 받은 것은 '배임수재'이고, 이를 감추어준 안형준 사장은 공범이다. 공소시효가 지나 기소를 면했을 뿐 배임수재의 죄질은 대단히 무겁다. 그런데도 권 이사장은 국정감사장에서 '배임'이라는 말을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권태선 이사장이 몰라서 그랬을까? CJ E&M은 2016년 10월부터 MBC 감사국에 안형준 사장 관련 의혹을 문의해 왔다. CJ E&M PD를 배임수재로 징계하려 했는데 안형준이 자기 주식이라고 주장해 무산됐다며 사실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다 올해 2월 안형준이 말을 바꿨으니 MBC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을 것이다.


MBC 감사국은 지난 3월 권태선 이사장에게 안형준의 주식 차명 소유는 확실하다고 보고했다. 여기에 외부 법무법인의 견해를 첨부했다. 'CJ E&M PD의 주식 취득은 배임수재일 가능성이 높다. 안형준 사장은 공범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현직 사장에 관한 보고서치고는 대단히 이례적이었다.


그런데도 권태선 이사장은 아무 조치가 없다. 오히려 지키지도 않은 약속을 당당하게 공개한다. 방문진 이사회는 MBC 사장 선임 직전 안형준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안형준은 모르는 서류에 사인만 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권 이사장은 증언이 사실과 다를 경우 책임을 지겠다는 확약을 받았다고 말한다.


지난 19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정보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MBC노동조합이 MBC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MBC노동조합(제3노조)

안형준 사장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안형준은 주식매매 서류에 인감을 찍고 인감증명서까지 전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식을 함부로 팔 수 없게 추가약정서도 만들었다. 그러면 약속대로 책임을 져야 옳다. 안형준이 버티면 권태선 이사장이 나서 문책해야 한다. 두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니 내 할 일 다 했다'는 식으로 답변하는 것은 참으로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행위이다.


권태선 이사장은 조직적으로 진실 규명을 방해한다는 비난도 받는다. MBC 감사국에 옵서버를 보내 안형준 사장 특별감사를 '관찰'했다. 뒤늦게 이를 안 방문진 여권 이사들이 항의하자 야권 이사들은 '감사의 독립성 강화'라며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 모든 과정은 권 이사장의 의중과 주도로 이루어졌다.


아직도 방문진은 안형준 사장 선임 회의록의 주요 부분들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여권 이사들의 공개 요구마저 수적 우세를 이용해 봉쇄했다. 공영방송 MBC는 국민의 것인데, 이를 관리 감독한다는 방문진이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문진에게 어떻게 자정 능력을 기대하겠는가. 시급한 개혁이 필요하다.


2023년 10월 23일

MBC노동조합 (제3노조)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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