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축제 또 다가오는데, 서울시는 CCTV만 설치?…"행정편의주의적 발상"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입력 2023.10.21 06:11
수정 2023.10.21 06:11

서울시, 재난안전 예산 441억원 중 CCTV 설치에 78억원 들여…연말까지 909대 또 확충

재난상황실 내 인력 배치 예산 전무…"특별교부금과 재난안전관리 기금 제도상 인력지원 안 돼"

실질적으로 보도 진입 인원 통제할 수 있는 적정 인력 확보되지 않으면…인파 밀집사고 예방 한계

전문가 "CCTV 만능이라고 생각하는 듯…돌발 사고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인력 확충 선행돼야"

서초구의 인파감지CCTV가동 화면.ⓒ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재난안전대책으로 올해 연말까지 예산 78억원을 들여 지능형 CCTV(폐쇄회로 TV)를 대거 확충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보도 진입 인원을 통제할 수 있는 적정 인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인파 밀집사고 예방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CCTV 설치만이 만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20일 데일리안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는 올해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재난안전관리실 기준 재난안전 예산으로 모두 441억원을 확보해 25개 자치구에 재난안전상황실 구축을 위해 약 130억을 지원했고, 지난해 각 자치구에 특별교부금 311억원을 집행했다.


시는 특히 이 가운데 예산 78억원을 들여 올해 연말까지 CCTV 909대를 확충할 계획이다. CCTV 설치 보충에만 전체 재난안전 예산 중 5분의 1이 투입되는 셈인데, 서울시 재난안전정책과 관계자는 "기존에 설치된 CCTV 635대와 신규 CCTV 274대 모두 909대에 인파 감지 시스템을 구축해 올해 안에 25개 자치구에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때문에 서울시의 재난안전 예산이 지나치게 CCTV설치에만 편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시는 올해 들어 이태원과 강남역 등 14곳에 인파 감지 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해 CCTV 572대를 설치했다. 기존에 설치된 CCTV도 적지 않다. '25개 자치구가 관리하는 CCTV'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6월 30일 기준 9만2991개에 이른다. 매해 CCTV를 확충해온 결과다. 연도별 설치량을 보면 ▲2018년 1만887대 ▲2019년 1만3083대 ▲2020년 1만1803대 ▲2021년 9396대 ▲2022년 9302대 등 해마다 약 1만 대 가량 늘어 최근 5년 새 약 5만 개가 생겼다. 지역별로 보면 강남구가 7243개로 가장 많았고,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던 용산구에는 2970개가 있다.


반면 재난상황실 내 인력 배치에 배정된 예산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특별교부금과 재난안전관리 기금 제도상 상황실 내 인력지원이 안 된다"며 "행안부에서 지자체에 내린 조직관리지침 중 기능이 있는 팀을 활용하라는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핼러윈 축제 당시 참사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현장 통솔 안전요원 배치는 시 구·경찰·소방·군부대 등 관계자가 함께 대응한다. 핼러윈 축제가 주최자가 없거나 특정하기 어려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사다보니 지자체를 중심으로 자체 인력을 동원하는 구조이다. 용산구는 핼러윈 축제 기간 6일간 구청 직원 850여명을 투입해 이태원로, 세계음식문화거리, 퀴논길 일대를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주변 5곳 영상 자동표출.ⓒ서울시 제공

전문가들은 CCTV가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란 식의 대안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CCTV 영상을 이용해 인파가 밀집하면 자동으로 감지해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CCTV를 감시하고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보도(步道) 진입 인원을 통제할 수 있는 적정 인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여전히 인파 밀집 사고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공공데이터 도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골목(3.2m)과 유사하게 폭이 4m를 넘지 않는 도로는 연장기준으로 서울시 전체 보도 167만2073m 중 67%(112만8391m), 면적기준으로는 54%(36.3km')에 달한다. 그만큼 좁고 경사진 위험지역을 서울시 인파감지 CCTV로 제대로 파악하기 파악하기 쉽지 않다.


채진 목원대학교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CCTV를 너무 만능으로 본다는 생각이 든다"며 "CCTV 설치는 적극적인 안전관리보다 수동적인 안전관리 형태로 CCTV를 설치했다고 해서 위험 요소가 자동적으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능형 CCTV가 밀집도를 감지해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능형 CCTV를 앉아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인력부터 일방통행 유도, 동선관리 등 현장에서 관리하는 요원들까지 갑자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즉각 대응하며 처리할 수 있을 전문 인력 확충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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