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중도층' 민심 공략이 과제…'김한길' 역할론 커진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입력 2023.10.18 13:10
수정 2023.10.18 13:29

尹 "1기 통합위, 국민여론 돌아보는 정책 성과 내"

'영남당 갇혔다' 한계 극복할 국민통합과제 아우르나

통합위, 확대해석 경계…'尹 제언 따라 본분에 충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수도권·중도층 민심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 내에서 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내년 4월 총선 승리가 요원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하 통합위)의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주재한 통합위 만찬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 주요 부처 장관, 김대기 비서실장 등 대통령실 참모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렇게 당·정·대 주요 인사가 한자리에 모인 건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처음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참석자 90여 명 앞에서 통합위의 성과를 치켜세우고 당 차원에서 협조할 것을 강조했다. 통합위의 성과를 극찬하는 모습에서 당·정·대 주요 인사 앞에서 김 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모습처럼 비쳐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통합위가 발족돼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만들어 가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며 "그동안 통합위의 업무를 지원하고, 통합위에서 나온 다양한 정책 제안을 받아들여 정책 집행에 반영해온 당·내각 관계자분께 통합위 위원들의 수고에 대해서, 또 잘해주십사 하는 부탁으로 오늘 함께 자리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尹, 당정대 주요 인사 90여 명 모인
자리에서 '김한길 통합위' 성과 극찬
"우리 모두 박수 한 번"…힘싣기도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수습책을 모색하고 있는 국민의힘에 '교훈에서 비롯된 차분한 변화 추진'을 제언한 데 이어 '통합'을 언급한 바 있다.


또 통합위가 제작한 정책제안 보고서 100부를 국무위원과 당에 배포하고, 통합위 1기에서 국민의 실제 어려움을 공감하면서 구태 제도·규제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 성과를 냈다며 노고를 치하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통합은 전문성만 갖고 되는 게 아니라 실제 어려움을 우리가 공감해야 한다"며 "위원회의 다양한 정책 제언을 우리 당과 내각에서 관심 있게 꼼꼼하게 읽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만찬 모두발언 도중 "우리나라에 있는 위원회 중에서 (통합위가) 가장 열심히 일한 위원회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며 "우리 모두 한 번 우리 김한길 위원장과 위원들께 박수 한 번"이라고, 대통령이 직접 자리에 참석한 90여 명의 당·정·대 주요 인사의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를 분위기 쇄신을 통해 극복하고, 국정운영 동력을 유지함과 동시에 내년 총선에 대비해 수도권·중도층 민심 속으로 파고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 결의의 계기를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으로 삼은 듯한 모습이다.


김한길, 영호남 아우르는 인물
비대위원장 '구원투수' 거론에
통합위 측 "본분 성실히 수행"


정치권에서는 김한길 통합위원장의 이력이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역할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동서화합을 노래한 가수 조영남의 히트곡 '화개장터'의 작사자이기도 한 김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수시로 독대할 만큼 막역한 사이기도 하다.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대표를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의 대부분을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쌓아 중도 외연 확장성이 크다. 집권여당이 '영남당에 갇혔다'는 쓴소리를 듣는 현 상황에서 적재적소의 인물이라는 평가다.


여권 일각에서는 여당 쇄신책 중 하나로 '김한길 비대위원장'이라는 카드까지 거론된다.


이러한 하마평과 관련해 통합위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당·내각 관계자까지 불러 당부한 것은 통합위의 과제와 역할이 무겁고 크다는 이야기"라며 "통합위가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운영하고, 이같은 활동이 정책 일환이 될 수 있게끔 각 부처 협의를 잘 진행하는 게 핵심"이라고 거리를 뒀다.


통합위는 출범 이후 국민통합을 위한 국가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국민 갈등과 분열의 현상을 직시하며 이를 해결할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민간 전문가들의 새로운 시각에서 소상공인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소상공인 자생력 높이기 특위'를 출범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지난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다문화 페스타' 현장 축사에서 "이제 지역갈등 문제는 희석돼가고 있지만, 충청남도 인구와 비슷한 230만 다문화 이주민 문제 해결을 외면해서는 안 될 때"라고 진단하는 등 우리 사회의 통합에 필요한 과제를 발굴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통상적 활동을 외견상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는 게 최대의 국가적 과제인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이처럼 '분열의 벽'을 허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을 계속해서 찾아나가고 보여주는 활동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총선을 앞두고 그의 역할론을 더더욱 키울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김수현 기자 (wat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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