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론에도 정부·여당 '변화맹시'…보신주의에 분노 '폭풍전야'[정국 기상대]
입력 2023.10.14 00:00
수정 2023.10.14 00:00
與, 15일 '긴급 의총' 열어 '쇄신안' 논의 예정
일각선 "위기로 수용 못하는 분 있다" 지적도
이에 "환골탈태 아니면 다 죽는다" 의견 분출
수도권 민심 바로미터로 여겨지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책임론' 눈치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당 안팎에서 쇄신론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선뜻 책임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지나친 '보신주의'를 비판하는 당내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오는 15일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어떤 수준의 쇄신·혁신안이 나올지 정치권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오는 15일 국회본청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쇄신·혁신안을 발표할 전망이다. 현재 국민의힘 지도부는 △총선기획단 △인재영입위원회 △미래비전특별위원회(가칭, 혁신위 격) 출범 등 세 가지 기구를 띄워 조기 총선 체제로 들어가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내에선 15일 의총에서 나오는 의견들이 '그저 그런'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도권 선거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만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고강도의 쇄신안이 필요하다는 게 요지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가 아니면 결국 다 죽는 거다. 그러니 바꾸자는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겠느냐.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마음을 굳게 먹고 좀 세게 나가줘야 한다"며 "새 기구를 만들어서 투트랙으로 간다고 해도 국민들은 겉모습이 아니라 그 내용을 볼텐데 바뀐 게 없다면 아무리 혁신하겠다는 의지가 강해도 흉내만 낸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전날 TBS라디오 '신장개업'에 출연한 윤상현 의원도 "혁신위원장을 당대표가 맡는 건 그 어떤 임팩트도 없을 것 같다"며 강도 높은 쇄신안을 주문한 바 있다. 그는 "색깔이 다른 사람이 들어와야 혁신의 이미지가 난다"며 "수도권 민심을 잘 읽고 중도층·젊은층의 민심을 잘 읽고 그에 맞는 전략이나 메시지 정책이나 공약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문제는 현재 당내에서 이번 보궐선거 결과를 단순히 '기초단체장 한 자리의 패배'만 한정하려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김기현 대표와의 개별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준엄한 선거 결과가 나왔음에도 결과를 위기로 못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다는데 충격을 받았다"며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는 그런 쇄신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한 의원은 "강서구에서의 패배는 예견된 결과였고 오만함에 대한 심판이었다"며 "책임을 질 것 같았으면 수요일(선거 당일)이 끝나고 다음날인 목요일 하다못해 오늘(13일)이라도 책임지겠다는 얘기가 나와야 하는데 그만큼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도권 위기론이나 이런 것들을 이미 일찍이 얘기했는데 하나도 먹히지 않지 않았느냐. 심지어 그 얘기를 했던 게 30명이나 되는데 발언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실제 공천 시즌인 12월이 되면 뭔가 바뀌는 기류가 느껴질 순 있겠지만 그땐 너무 늦다. 지금이라도 진짜 바뀌는 모습이 없으면 같이 망하는 길밖에 안 남았다"고 경고했다.
'선거 판 키운' 대통령실 책임론도 급부상
尹 "결과서 교훈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해" 발언
"'지도부 흔들기'나 '문책론'만으론 안돼"
당내에선 지도부 뿐 아니라 대통령실 역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심도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애시당초 판을 키운 것이 다름 아닌 대통령실이었고, 선거 결과 역시 정권심판론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심과 동떨어진 이념 대결에서 벗어나 국정운영 기조가 민생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만에 하나 내년 총선에서 패배하게 되면 가장 큰 피해는 당이 아니라 대통령이 입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여야 간 대결을 앞세워서 보수 지지층만 결집하는 전략을 고집하고 사람 안 바꾸고 가버리면 앞으로 할 수 있는 것도 할 수 없게 돼버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재선 의원도 "쇄신을 하더라도 우선 어떻게 갈지 방향을 정해야 하는데 지금 준비돼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만큼 정부가 확실하게 방향을 재설정하고 이렇게 이렇게 가야 한다는 식으로 좀 움직여줘야 한다"며 "대통령실의 변화 없이 지도부만 바뀌는 모습이 되면 말그대로 지도부 흔들기나 문책론 밖에 안 되는 것이 될텐데 그렇게 되면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기는 힘들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대통령실도 이번 참패를 무겁게 여기고 있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일부 참모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 같은 의견을 국민의힘에 전달해달라고 김대기 비서실장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관건은 이 같은 의식이 국민이 납득할만한 실제 변화로 이어지느냐 하는 점이다. 익명의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수도권 선거에 대한 위기감은 높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다들 그 사실을 보고하는 것을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자유롭게 얘기하고 진짜 상황을 보고해서 정책을 포함한 국정 운영이 바뀌는 기조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경원·안철수 등 '수도권 인재 포용론' 고개
"대통령께서 품는 모습만 보여줘도 중도층에
메시지 전달 될것"…"위기를 벗고 이기기 위
해선 어떤 사람이라도 영입하는 모습 보여야"
일각에선 수도권에서 소구력이 있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안철수 의원에게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수도권 정세를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에게 수도권 선거에 대한 전략을 담당하게 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두 사람 역시 조금씩 목소리를 내는 모양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내가 직접 접하고 있는 지역구(성남 분당갑) 당원들만 보더라도 여러 가지로 비판의 목소리들이 꽤 많다. 우리 지역도 그러면 다른 수도권은 아마도 더 심할 거라고 생각을 한다"며 "비판의 포인트가 여러 가지 정책적인 부분, 태도에 대한 부분들이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CBS라디오 '뉴스쇼'에 나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선거를 지휘해야 한다는 의견'에 "(당에서) 제안이 오면 그 때 생각해 보겠다"고 답한 나 전 대표도 같은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위기의 대한민국, 정치의 과제' 토론회에서 "위로부터의 공천이 되다 보니까 때로는 국민의 생각과 먼 (지도부의) 논리에도 무조건적인 충성을 해야 하는 게 안타깝다. 그런 부분의 개선이 있어야지만 정치 본령의 역할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굳이 판을 갈지 않고 지금이라도 대통령께서 안철수 의원,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과 함께 만찬을 같이 하는 모습만 보여줘도 중도층에게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될 것"이라며 "굳이 특정인이 아니라더라도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선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위기를 벗고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라도 영입해서 '우리가 이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인재 영입은 물론이고 공정한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 등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