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하얘지는 탈북민…커지는 '정책 리모델링' 필요성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3.10.06 04:00
수정 2023.10.05 23:39

탈북민 인구구조 '무게중심'

청년서 중장년으로 이동

"'미래 탈북민'까지 감안해야"

탈북 여성들이 경기도 안성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하나원)에서 수업을 받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급속한 고령화 여파로 각종 사회문제가 대두되는 가운데 국내 정착 탈북민 역시 세월의 파고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탈북민 인구구조가 2030 청년세대에서 4050 장년세대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있는 만큼, 관련 흐름을 고려한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존 지원 방식을 답습하는 관성에서 벗어나 장기적 관점을 토대로 세밀한 지원책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평가다.


통일부 당국자는 5일 "탈북민 사회도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며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입국 당시 연령 기준으로 과반(57%)을 차지했던 2030세대는 현재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4050세대는 입국 당시 24%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53%까지 늘었다, 60대 이상 역시 입국 당시엔 8%였으나 현재는 12%로 증가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국내 정착 탈북민의 머리도 하얘지고 있는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탈북민을 볼 때 일률적으로 필요하니까 (지원을) 제공하는 부분도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도 "고령화된 사람들 같은 경우 사회보장이나 취약계층, 소외되거나 마음건강이 필요한 사람 등으로 (세분화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년 및 2010년 이후 국내 입국 탈북민의 경우, 북한에서 시장을 경험한 만큼 적극적인 경제활동 독려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방 소멸 시대가 진행되고 있다"며 "2030이 적어지는데 이분들(청년 및 최근 입국 탈북민)은 시장경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을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국경봉쇄 여파로 급감했던 국내 입국 탈북민 규모가 "증가 추세에 있다"며 "앞으로 어떤 탈북민 세대가 들어올지, 그런 것까지 감안해 정책을 리모델링해야 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 증가
탈북민 정책서 가장 중점 둬야"


같은 맥락에서 정부는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 지원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법에 따르면, 북한 출생 탈북민 자녀는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는 사회 안전망에서 살짝 비껴나 있었다. 중국 등 제3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우리 국민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부적응에 따른 사회문제 가능성도 있는 만큼, '미래세대 교육지원' 관점에서 정책을 개선하고 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탈북민 정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봐야 할 부분이 증가하는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 입국 수"라며 "북한 출생 탈북민 자녀보다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가 증가하는 추세다. 앞으로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초중고 정규과정을 소화하고 있는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1400명)는 북한 출생 탈북민 자녀(635명)보다 2배 이상 많다.


통일부 당국자는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는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법에 따른 지원대상이 아니다"면서도 "어차피 청소년이고, 자녀이고, 교육 기회는 지원해야 한다. (정칙지원법에 따라) 정착금이나 주거지원금은 못 받지만 미래세대 교육은 적절히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별도 지원 양육가산금을 40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증가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의 대학 진학 기회가 확대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출생) 탈북민 자녀는 특례입학이 가능하지만,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는 그런 혜택이 없었다"며 "정원 외 특례입학은 불가능하지만, 올해 정원 내 사회통합전형으로 지원 가능하다.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도 조금 혜택을 받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밝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