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인니팝 어때?’…스타비 “한국 아이돌 시스템 배우고 싶었다” [인니 속 케이팝②]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3.09.25 14:01 수정 2023.09.25 14:01

스타비, '2023 동반성장 디딤돌' 연수자 선정

케이팝 작곡가 만든 '뱅' 발표

"한국의 케이팝(K-POP)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2019년 인도네시아에서 데뷔해 이미 자국에서 유명 걸그룹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스타비(StarBe)가 다시 신인으로 돌아간 이유다. 평소 동경했던 케이팝의 고장인 한국의 시스템을 경험하기 위해 초심을 다잡았다.


스타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주관하는 '2023 동반성장 디딤돌'(영문명: Grow Twogether)사업 연수 대상자로 선정돼 지난 8월부터 한국에서 생활 중이다. 이 사업은 대상국의 신진 아티스트를 한국으로 초대해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대중문화산업 기반 국제 문화교류 프로그램이다.


이 과정을 통해 양국 대중문화의 동반성장은 물론 양국 국민의 상호 문화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프로그램 기획 목표다. 베트남, 태국에 이어 올해는 인도네시아가 선정됐다.


아벨(21), 첼시(19), 케지아(21), 셸라(21) 4인으로 구성된 스타비는 2019년 12월 데뷔곡 ‘아임 컴플리트 위드 유'('I'm Complete With You)로 가요계에 등장했다. 대표곡은 '타임 트 플라이'(Time To Fly)다. 이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400만 회를 기록했다.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위해 기획된 그룹이기에, 자국을 넘어 아시아에서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열린 유튜브 팬페스트(Youtube FanFest)에 참석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8월부터 한국에서 보컬과 댄스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스타비는,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시스템이 다르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매일 2시간 정도의 연습 시간을 유지했지만, 한국에서는 7~8시간을 쏟고 있다. 한국의 케이팝 가수들이 많은 연습량을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스타비의 아벨은 "한국에서 하루종일 연습하고 숙소에서 바로 잠들기도 했다"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다루지 않는 댄스 장르를 한국에서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연습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좋았다. 더 열심히 하게 된 것 같다"라고 밝혔다.


약 두 달 동안 트레이닝과 녹음을 거쳐 2일 결과물 '뱅'(Bang)을 공개했다. '뱅'은 엠넷 '프로듀스101' 시즌2 '쇼타임' 작곡가 이근우 프로듀서가 총괄했으며 안무는 국내 댄서 민주가 만들었다.


스타비는 '뱅'을 녹음하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하고 발음 연습을 거듭했다. 아벨은 "한국어 발음이 정말 어려웠다. 인도네시아 발음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현지인처럼 들리게 하도록 많이 연습했다"라고 말했다.


이 노래에는 한국어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어 가사로 구성됐다. ’케이인니팝‘(케이팝과 인니팝이 결합한 합성어)를 이끌어 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스타비는 이번 활동을 통해 한국의 아이돌 문화를 경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 문화와 매력을 알리는 것 역시 목표다. '뱅'의 뮤직비디오에는 빨간색, 파란색, 하얀색의 LED 등을 활용해 인도네시아 국기와 한국의 태극기를 상징했다.


첼시는 "한국에 와 있는 동안 양국의 문화차이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국 문화가 인도네시아 시장 들어올 때도 문화 차이로 인한 벽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틱톡을 통해 시간 날 때마다 영상을 찍고 있는데 한국의 유명 관광지에 가서 인도네시아 전통의상 바틱을 입고 가고 싶다. 바틱을 입고 한국의 먹방을 찍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국의 틱톡커 케지민, 노아, 비르, 댄서민주, 댄서소나와 컬래버레이션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각 영상마다 100만~3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스타비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무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송 페스티벌'에서 인도네시아 대표로 '뱅' 무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와 함께 블랙핑크 '셧 다운'(Shut down)의 무대도 펼쳤다.


아벨은 "현재 인도네시아 세대들은 일상생활에서 케이팝을 즐겨듣고 있다. 우리가 케이팝의 음악을 배우고 돌아갔을 때 한층 더 성장해 있길 바란다. 또 양국 교류에 우리가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한국에 있는 동안 인도네시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매력을 전달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스타비의 소속사 스타비 엔터테인먼트 대표 니다와 레이블 프로엠 제프리 대표 역시 인도네시아와 한국을 오가며 스타비의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케이팝 시스템을 관찰하고 있다.


제프리 대표는 "우리는 케이팝에서 희망을 봤다. 케이팝처럼 글로벌을 타깃으로 어떻게 문화를 전파하는지 궁금했다. 우리도 인도네시아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케이팝을 성공 사례로 보고 분석했다"라고 밝혔다. 니다와 제프리 대표는 아직 데뷔 3년차지만 해외 진출 걸그룹의 선구자로 인도네시아 내 자리매김해 결과는 꽤나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아티스트와 마찬가지로 엔터테인먼트 대표로서도 노래를 넘어 한 나라의 문화까지 관심을 확장시키는 케이팝 시스템은, 매력적인 롤모델이다.


제프리 대표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제작자인 우리도 한국의 방식을 알고 싶었다. 얼마 전 타이거JK를 만나 편곡과 믹싱, 마스터링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물어봤다. 그 자리에서 타이거JK가 스타비의 노래 색을 파악하고 편곡 주안점을 잡아서 어떻게 색을 찾아가는지 보여줬다. 디테일이 약간 달랐다"라고 말했다.


인니팝이 케이팝처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위해 해결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두 대표는 모두 "정부와 방송국의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KBS2 '뮤직뱅크', SBS '인기가요', MBC '음악중심' 같은 단독 음악 프로그램이 없다. 존재했지만 시청률이 나오지 않자 폐지됐다. 이에 유튜브, SNS, 라디오를 기준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해야 한다.


제프리 대표는 "인도네시아가 문화 진출에 대해 적극적,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방송국 사람들이 음악 프로그램을 셀링 포인트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부터가 안타깝다. 최근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굿타임'에서 17세 시각장애인 가수 뿌뜨리 아리아니(Putri ariani)가 출연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제서야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한국은 문화 쪽에 예산을 배정하고 지원하지만, 인도네시아는 히트가 되어야 관심을 가진다. 지원과 관심을 가져준다면 가능성이 조금 더 커질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니다와 제프리 대표는, 이번 '동반성장 디딤돌' 연수를 끝낸 뒤 성장해 있을 스타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운영사 순이엔티와 협업하며 한국의 인플루언서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이들은 "전세계는 이제 SNS 파급력 아래 있다. 인플루언서들과 협업이 음악 프로모션에 많은 역할을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앞으로도 더 많은 프로그램과 일정들이 잡혀 있어, 스타비가 한국의 케이팝을 많이 체득하고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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