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제3노조 "언론노조의 '선착순 승진 제도'에 법의 심판이 내려졌다"

기상천외한 일이었다. 2018년 5월 최승호 당시 MBC 사장은 그때까지 부여된 직원들 직급을 모두 무효화했다. 그리고 근속연수로 잘라 직급을 부여했다. 입사한 지 30년 된 사람은 국장, 20년 이상은 부장, 10년 이상은 차장이 되었다. 세계 기업사상 선착순으로 직급을 정한 것은 아마 최초였을 것이다.

이 기형적인 승진제도는 민노총 언론노조와 합의해 은밀하게 입안되었다. MBC노조에는 시행 나흘 전 ‘일정한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새로 직급을 부여할 것’이라는 이메일을 보냈을 뿐이다. 그게 무슨 뜻인지 실제로 당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다.

최승호 사장과 언론노조는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문화'를 위해 직급제를 개편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로 1년 뒤 근속연수 기준을 대폭 낮추고 언론노조원의 승진 잔치를 시작했다. MBC를 장악했으니 직급마저도 독식하겠다는 게 진짜 목적이었을 것이다.

이 같은 인사만행에 대해 2021년 7월 피해자들이 소송을 냈고, 법원이 드디어 첫 판결을 내렸다. 국장 부장들을 부장 차장으로 끌어내린 인사가 무효라는 판결이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아무리 노사가 합의했다 하더라도 근속연수 기준의 직급 부여는 현저히 합리성이 떨어져 노동조합 목적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노조가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이라는 목적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또 2018년 인사로 직급이 높아진 직원은 대부분 언론노조 소속이고 낮아진 직원들은 MBC노조원 또는 비노조원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측에서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이를 알고 있었다. 따라서 재판부는 최승호 사장과 언론노조가 소속 조합별 차별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우리는 법원의 이번 판결이 부당한 직급강등 취소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받아들인다. 언론노조는 MBC 경영권을 계속 장악하기 위해 단체협약 형식으로 각종 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이것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앞으로 관련 당국과 법원의 유권해석이 있어야 한다. MBC가 언론노조의 지배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하도록 상식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2023년 9월 18일

MBC노동조합 (제3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