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노사갈등…현대차‧기아 "많이 벌었다", GM‧르노 "많이 참았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입력 2023.09.11 11:07
수정 2023.09.11 15:07

사측 제시안 높아졌지만, 노조 눈높이는 더 높아져

완성차 5사 무분규 타결 기록 1년 만에 깨질 가능성

현대차 노조가 8월 23일 쟁의발생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

자동차 업계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완성차 5사가 일제히 무분규 타결을 이룬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임금인상폭과 성과급 규모 등에서 이견이 커 노사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5사 중 지난달 임단협을 타결한 KG 모빌리티를 제외하고는 모두 올해 교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기간 실적 부진과 인수합병(M&A) 이슈에 따른 고용불안에 시달렸던 KG 모빌리티는 올해까지 14년 연속 무분규 교섭 타결이라는 기록을 유지했다. 타결 내용도 기본급 5만원 인상, 본인 회갑 1일 특별휴가 등으로 경쟁사 노조의 요구안에 비하면 ‘조촐한’ 수준이다.


반면,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면서 노조의 눈높이도 크게 치솟아 교섭 난항이라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현대차 12일 교섭이 파업vs타결 분기점…기아 교섭에도 영향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 7일 사측이 기본급 10만6000원 인상, 성과급 350%+850만원 지급 등을 담은 2차 임금 안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이를 거부하고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를 열어 파업 일정을 확정했다.


11~12일 이틀간 교섭을 진행해 임금부분과 정년연장 등 핵심 쟁점에서 사측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13일과 14일 각각 4시간씩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사측은 성과급 총액이 조합원 평균 기본급의 350%(1270만원)와 일괄지급액 850만원, 여기에 지난 3월 선지급된 특별성과금 400만원과 자사주 10주를 포함하면 총 2698만원에 달한다며 ‘최선의 안’을 내놨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기본급과 성과급 모두 기대에 못 미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로부터 쟁의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쟁의권을 확보한 상태다. 내부적으로 찬반투표도 진행해 조합원들로부터 파업 단행을 가결 받았다. 올 연말 지부장 선거가 예정돼 있어 노조 집행부가 강경 노선을 취하고 있다.


기아는 올해 임금협상(임협)에서 아직 사측이 제시안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노조가 파업 사전절차에 나섰다. 지난 8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총원 대비 82.5%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중노위로부터의 쟁의권 확보도 시간 문제라 현대차그룹의 양대 완성차 노조가 연이어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상적으로 현대차와 기아는 사실상 동일한 조건에 교섭을 타결해온 전례가 있어 현대차의 교섭 타결 여부가 기아 교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 노조원들이 지난 2월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현대모비스 본사 1층에서 격려금 인상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모비스 노조, 3월 특별성과금까지 다시 거론


현대차그룹의 핵심 부품업체인 현대모비스 역시 노사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노조는 사측이 12일까지 만족스러운 제시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13일 1시간, 14일 7시간 부분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앞서 현대모비스의 생산 자회사인 모트라스와 유니투스는 이미 5~6일 하루 8시간씩 파업을 벌였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특히 지난 3월 특별성과금이 현대차‧기아보다 100만원 적었던 부분까지 이번 교섭을 통해 보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진통이 더 크다. 현대차 사측이 성과급 총액을 언급하며 3월 특별성과금까지 셈에 넣은 만큼, 당시의 계열사별 차등 지급이 부당하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르노코리아, 한국GM 노조 '적자시기 고통분담' 보상심리


르노코리아와 한국GM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처럼 ‘실적 잔치’를 벌일 정도는 아니지만 지난해 흑자전환이라는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노조는 이를 근거로 적자시기에 고통분담을 요구받았던 반대급부를 받아내야겠다며 회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7월 노사가 기본급 10만원 인상, 타결 일시금 250만원과 생산성 격려금 약 100만원, 노사화합 비즈포인트 20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지만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상태다.


부결 이후 7주 넘게 지났지만 노사는 아직 2차 잠정합의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회사측은 여름휴가 기간 교섭이 중단된 관계로 교섭이 다소 지체되고 있다며, 조합원 찬반투표 당시 2%포인트 차이로 부결됐던 만큼 최종 타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선출된 노조 집행부에 대한 조합원 지지율이 높지 않은 게 향후 교섭 과정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인천 부평구 한국GM 부평공장에서 머리에 띠를 두른 노동조합원이 걸어가고 있다. ⓒ데일리안DB

한국GM 노사는 지난 8일 기본급 7만원 인상, 성과급 1000만원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당초 노조는 11~13일 부분파업을 예고했다가 잠정합의안 도출로 보류한 상태다.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12~13일 이뤄진다. 노조의 최초요구안이었던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성과급 1800만원 등과 잠정합의안의 격차가 큰 편이라 가결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자동차업계 교섭은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사측도 지난해보다는 나은 처우를 해주려는 분위기”라면서 “다만 노조 측의 눈높이가 워낙 높아진 상태라 절충점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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