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 뚫렸다…화웨이 '메이트 60 프로' 7나노칩 탑재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가 선보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중국 최대 칩 제조업체인 중신궈지(SMIC)의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칩이 탑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 대중국 첨단 반도체 규제에 맞서 중국이 추진한 반도체 자체 생태계 구축이 예상보다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반도체 전문 분석기관 테크인사이츠는 메이트 60 프로를 분해 분석한 결과 해당 칩이 SMIC의 7㎚공정 반도체인 '기린 9000s'을 최초로 적용한 것으로. 중국 정부의 자국 내 반도체 생태계 구축노력이 어느 정도 진전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다만 화웨이와 SMIC가 기린9000칩을 대량으로, 합리적인 비용에 생산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메이트 60 프로는 제한된 수량만 판매된 것으로 전해지며 출시 몇 시간 만에 매진됐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에디슨 리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매우 적은 수량의 7㎚칩만을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메이트 60 프로가 빠르게 매진된 것도 재고가 제한됐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7㎚공정은 2018년 애플 아이폰에 들어간 칩에 쓰인 기술이다. 아이폰은 현재 4㎚공정으로 제작된 칩으로 구동된다. 다음주에는 3㎚칩으로 구동하는 새로운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적용된 반도체 기술이 TSMC, 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보다 5년 이상 뒤쳐졌다는 뜻이다.

화웨이는 앞서 지난달 29일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하면서 어떤 프로세서가 쓰였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비밀에 부쳤다. 이후 화웨이가 SMIC의 7㎚공정 반도체를 사용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는데 테크인사이츠가 이번 분석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14㎚공정 이하 시스템반도체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해 수출규제를 실시하는 한편 화웨이와 SMIC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그러나 메이트 60 프로 출시를 계기로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서 성과를 내고 있음이 확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댄 허치슨 테크인사이츠 부회장은 "(메이트 60 프로 개발은) 중국에 대단히 중요한 단계"라며 "SMIC의 기술 발전은 가속화의 단계에 들어섰으며 7㎚ 공정 수율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메이트 60 프로는 5세대(5G) 통신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화제가 됐다. 메이트 60 프로의 다운로드 속도가 500MB/s로 4G의 100MB/s를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기업 중에서도 화웨이는 2020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으면서 해외 부품 공급업체로부터 5G칩을 구매하지 못하고 4G칩만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화웨이가 출시한 최신폰을 입수해 실험한 결과 통신 속도가 애플의 최신 아이폰 속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화웨이는 2017년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누르고 삼성에 이어 세계 2위에 오르는 등 순항했으나, 2019년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집중 견제로 현재 세계 시장은 물론 중국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상당히 잃은 상태이다. 화웨이의 메이트 시리즈는 삼성의 갤럭시와 비슷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다. 2020년 메이트 40 출시 이후 이듬해 출시되지 않았고, 지난해 9월 메이트 50이 출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