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회기 만들어놓고 국회 풀가동…'이재명 리스크' 또다른 촌극
입력 2023.08.31 14:46
수정 2023.08.31 14:53
국회, 폐회 중 10개 상임위 소집 '이례적'
민주당 8월 임시국회 강제 종료가 원인
與 "이재명 하나 때문에…국회 문까지"
꼼수탈당·기립표결 등 이어 또 관례 파괴
8월 임시국회가 폐회해 비회기 중임에도 대부분의 상임위가 소집되는 등 국회가 기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피하려 억지로 비회기를 만들어놓은 것이 원인이다. 불법은 아니지만 국회 운영의 원칙과 관례를 무시한 행동이라는 점에서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31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소집되는 상임위만 10개에 달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비롯해 외교통일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전체회의가,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교육위원회에서는 소위가 각각 개최된다. 각 상임위별로 결산과 현안질의·법안심사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예산결산위원회는 전날인 30일부터 종합정책질의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공식적으로 현재 국회는 폐회 중이라는 점이다. 물론 폐회 중에도 상임위는 현안이 있으면 언제든 소집이 법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비회기임에도 마치 임시국회가 소집된 것처럼 모든 상임위가 운영되는 모습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국회 관계자는 "이제는 정기·임시 구분이 없는 진정한 상시국회"라며 "국회의원이 열심히 일을 하겠다는데 뭐라고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 같은 기형적인 국회 운영은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8월 임시국회를 지난달 25일 강제 종료함에 따라 발생했다. 비회기 기간을 마련했으니 국회 체포동의안 절차를 밟지 않을 수 있도록 이 기간 안에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는 뜻이었다. 비회기 기간을 둠으로써 이재명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 약속을 이행했다는 명분쌓기의 측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당초 예정대로 31일까지 임시국회를 이어갈 것을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한 명 때문에 국회 문까지 닫아야 하느냐"며 "민생과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가 시급히 머리를 맞대야 할 이 시점에 야당이 '사법 리스크' 최소화 궁리에만 매몰돼 국회를 내팽개치고 있다"고 성토했다.
국민의힘의 한 보좌진은 "방학 후 바로 보충수업을 했던 고등학생 시절도 아니고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며 "얼핏 보면 국회가 마구잡이 싸움만 하는 것 같아도 국회법과 같은 약속된 룰 안에서 예측 가능성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민주당이 다수당이 된 후 룰과 선례들이 다 무너진 혼란 상태가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했던 21대 국회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들이 자주 발생했다. 다수를 앞세운 상임위 기립표결, 꼼수탈당을 통한 안건조정위원회 무력화 등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은 8월 전까지 기존 관례를 무시하고 단 하루도 빼지 않고 임시국회를 열어왔다. "민생을 위해 단 하루도 쉴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 대표 방탄을 위한 임시국회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민주당이 벌인 행태는 선례로 남아 다음 국회에서는 단 한 석이라도 많은 다수당이 더 강하고 독하게 써먹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순간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관례와 전통을 깨버린 대가는 결국 대한민국에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혀를 찼다.
한편 이날 당대표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며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민생을 챙기고 국민의 살림을 돌봐야 하는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왠 뜬금포 단식인지 모르겠다"며 "거대야당을 이끌며 직무유기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분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