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출석한다는 이재명, 9월 체포동의안 결과 '검찰 탓' 하려는 것" [법조계에 물어보니 219]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3.08.24 10:27
수정 2023.08.24 19:23

검찰, 지난 23일 이재명에게 소환통보…이재명 "내일 당장 가겠다, 조사 당당히 응할 것"

법조계 "민주당, 9월 체포동의안 '야당 탄압' 규정…24일 조사하면 8월 내 구속영장 청구 가능"

"체포동의안 가결되면 이재명 정치생명 위기…민주당 체포동의안 분열 사태 회피 위한 퍼포먼스"

"검찰에 끌려다니지 않는다 입장 표명하고 적극적 투사 이미지 부각…'도주 우려 없다' 강조 준비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백현동 특혜 의혹 관련해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3일 쌍방울 그룹 불법 대북송금 의혹 관련 검찰의 소환 통보에 "당장 내일 가겠다. 조사에 당당히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갑작스러운 출석 예고에 대해 "24일에 조사를 받으면 8월 내 구속영장 청구가 가능하다"며 "9월 정기국회 시작 후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민주당은 체포동의안에 대해 찬성파, 부결파로 양분돼 극심한 내분에 휩싸일 것이다. (이 대표의 출석 예고에는) 이 같은 상황을 막고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검찰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23일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이날 이 대표 측에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검찰이 이 대표에게 전달한 소환 조사 일시는 오는 30일이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이 소환 통보 반나절 만에 "당장 내일 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은 다음 주 조사를 희망하지만 당무 등으로 전혀 시간을 낼 수 없다"며 "조사에 당당히 응하겠다. 검찰이 일방적으로 출석을 통보했으니 내일 오전 바로 조사받겠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수원지검은 "대북송금 뇌물 사건과 관련해 필요한 수사와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며 "예정된 일정을 고려해 이 대표 측에 유선·서면으로 30일 출석을 요구한 것이다. 그 일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맞서며 이 대표 측 요구를 거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며 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 대표가 앞서 대장동 의혹 등으로 조사받을 때와는 다르게 이례적으로 빨리 출석하려는 배경은 9월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민주당 측이 '9월 회기 중 체포동의안 요구는 검찰의 야당 탄압이다'라고 규정한 상황에서 이 대표를 30일에 조사하면 9월에 체포동의안을 표결하는 것이 확정되지 않느냐"며 "24일 당장 출석해 조사 받으면 8월 내 구속영장 청구가 가능한 만큼 (빠르게 출석하는) 모습을 보여 9월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를 민주당이 아닌 검찰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불체포 특권 포기나 체포동의안 부결을 강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방탄 국회를 이어가다가 민주당에 대한 반감과 원성이 커지자 이제 와서 9월 체포동의안이 마치 야당 탄압인 것처럼 행동하는 건 지켜보기 매우 민망하다"며 "당당하다면 30일에 출석해 본인 혐의에 대해 진술서 등으로 대체하지 말고 적극 소명한 후 국회 표결을 거쳐 그 결과대로 행동하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김도윤 변호사(법률사무소 율샘)는 "이전까지 조사 경과를 보았을 때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한다고 해도 특별히 조사에 성실히 임한다거나 대응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검찰에 끌려다닐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지지층에게 무리한 수사에 굴하지 않고 대항하는 적극적 투사의 이미지를 주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론 이후 검찰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자진 조사 의사를 밝혔다',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한 준비책이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 역시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주장하기 위한 것도 있고 30일에 소환되면 일정상 정기회 기간에 체포동의안 송부 가능성이 커서 24일에 출석하겠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일방적으로 날짜를 지정해서 출석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말이 되지 않는다. 변호사 출신인 이 대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정기국회가 시작되고 그 이후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민주당은 체포동의안에 대해 찬성파, 부결파로 양분돼 극심한 내분에 휩싸이게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큰 위기를 맞을 것이고 부결 시에는 민주당의 존립 자체에 위협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 입장에서는 이 같은 사태에 직면하는 것을 최대한 회피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사실을 피력하며 자신은 떳떳하다는 점을 거듭 여론에 호소하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가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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