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산업, 취준생 핫플이라는데…"여전히 인력은 목말라"
입력 2023.08.23 06:00
수정 2023.08.23 06:00
배터리3사 모두 상반기 기준 직원수 전년 대비 상승
공격적인 투자·급성장한 산업에 "인력 채워도 채워도 부족"
현대차·LG엔솔 등 인기기업' 쏠림현상도 주의해야
이공계는 물론 문과생까지, 최근 취준생들의 시선은 온통 전기자동차 배터리 산업에 꽂혔지만 관련 업계는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다며 아우성이다. 기업들마저 너도나도 배터리 관련 사업에 뛰어들면서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배터리 전문인력은 더욱 부족해지고만 있다. 특히 각 업계 선두주자인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의 인기가 취준생들 사이에서 갈수록 높아지면서, 특정 기업 ‘쏠림 현상’도 우려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배터리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직원 수는 전년 대비 껑충 뛰었지만 현재도 인력이 부족하단 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직원수가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직원수는 1만1793명으로, 지난해 보다 1700명 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삼성SDI 직원수는 1만2161명으로 전년 대비 659명 증가했다. 막내 SK온의 직원수는 3310명으로 전년 대비 1170명 늘었다.
하지만 이같은 공격적 충원에도 인력이 부족하단 말은 끊이질 않고 있다. 배터리 전문 인력 공급이 계속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배터리산업의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각 국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배터리 산업이 중장기적으로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일 것은 이미 분명한 사실이 됐기에, 필요한 인력 규모 또한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지난 2020년에 추산한 배터리 산업 전체 인력 부족률은 13.3%다. 차세대 반도체를 비롯한 세라믹, 화학 등 5대 신산업의 평균 인력 부족률이 2.5%인 것을 감안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후발 업체들이 다수 뛰어든 현 시점에서의 부족률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는 매출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매번 사람이 부족하단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채용되는 인원은 매년 우상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제조사들이 그동안 투자한 신공장들이 다수 가동되는 2025년이 임박한 터라, 그 전까지 더 많은 인력을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는 조지아주에, 혼다와는 오하이오주에서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SK온도 이 시점 포드와 켄터키주에 2개, 테네시주에 1개의 공장을 순차 가동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인디애나주에서 짓고 있는 1공장을 2025년 1분기 가동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렇게 빠듯한 상황 속에서도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 배터리소재사들과도 인력쟁탈전에서 부딪혀야 한다.
배터리 제조 팀을 따로 구축해 놓은 현대차는 지난 21일 친환경차 배터리셀 설계 부문 경력직 채용에 나서기도 했다. 해당 부문에서는 배터리셀 제조와 함께 배터리 소재 개발 업무까지 담당한다.
배터리소재사인 LG화학, 포스코퓨처엠 등은 빠른 속도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특히 최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포스코퓨처엠의 경우 상반기 기준 직원수는 2813명으로, 전년 대비 약 36%가 증가했다.
글로벌 자동차산업 선두주자 현대차와 배터리산업 선두주자 LG에너지솔루션의 인기 증가로,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단 점도 걱정거리다. 현대차의 경우 취준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던 역사가 오래됐으나, LG에너지솔루션은 유망기업에서 배터리 리딩기업으로 단숨에 입지가 크게 확대됐다.
지난 6월 취업 포털 사이트인 인크루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공학·전자계열 대학생 선정,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순위에서 6위(3.3%)로 뽑혔다. 배터리 등 새로운 산업군에서 유일하게 상위 10위권 안에 들었으며, 기아와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실제 문턱이 높은 이들 기업 취업을 위해 중견 소재사 등에서 경력을 쌓은 후 적을 옮기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브랜드파워를 무시할 순 없을 것”이라며 “특히 현대차의 경우 ‘갑’ 위치에 해당하는 기업이다 보니 이미 그쪽으로도 배터리 전문 인력이 많이 몰려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인력 확보를 위해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