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發 계파 갈등 정점 치닫나…'대의원제 혁신안' 발표 임박에 전운 고조
입력 2023.08.09 02:00
수정 2023.08.09 06:55
친명계 요구 '대의원제 폐지 내지 축소案' 10일 발표
조응천 "당내 민주주의 무관한 주류 부응하는 일만"
이상민 "개딸 바로잡을 생각은 안 하고 오히려 충성"
이재명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후폭풍 만만찮을 듯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오는 10일 '대의원제 폐지'에 준하는 혁신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내 계파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8일 혁신위에 따르면, 혁신위는 오는 10일 대의원제 개편을 골자로 한 혁신안 발표를 앞두고 지난 2일부터 당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의원제 개편 관련 설문조사를 분석하고 있다.
당초 혁신위는 이날 오후 대의원제 개편과 관련한 혁신안을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전날 밤 비공개회의를 통해 오는 10일로 일정을 돌연 연기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계파 간 이견이 첨예한 뇌관을 건드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의원제 손질은 친명(친이재명)계와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인 이른바 '개딸(개혁의딸)'이 요구하는 사안이다. 대의원 1명의 표가 약 60명의 권리당원 표의 가치에 달하는 만큼 등가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친명계 좌장으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에서 "전당대회 때 대의원들의 표가 일반 권리당원들보다 한 60배 이상 더 가중치가 부여되어 있는 그런 상황"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조금 조정해야 될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혁신위가 전국을 돌며 진행하던 '시민 대화'에서도 이 대표 강성 지지층들은 '대의원제 개편'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피력했다. 민주당이 권리당원 권리를 강화해 이 대표 체제의 단일대오로 가야 한다는 게 요지다.
이 대표의 지지 기반의 특성은 지난 대선에서 새로 유입된 지지자들(권리당원)이 많은 반면, 전통적 당원 기반(대의원)은 약하다고 분석된다. 이 때문에 비명계는 이들의 대의원제 폐지·축소 요구가 향후 전당대회 판도를 친명계에 유리하게 할 목적으로 보고 있다.
비명계 조응천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혁신위가) 꺼내놓은 게 당내 도덕성 위기나 민주주의 악화하고는 무관한, (친명) 주류에 부응하는 듯한 그런 일만 하고 계신다"라며 "오히려 대표나 당 지도부에 몰려가고 있는 그런 압박을 분산시켜 주는 감압밸브와 같은 역할을 해 주는 것에 불과하니까 도대체 이게 혁신을 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이상민 의원도 BBS라디오에서 "오히려 혁신의 대상인 개딸, 잘못된 일그러진 팬덤을 혁신하고 고쳐 바로잡을 생각은 안 하고 오히려 거기에 충성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의원제 손질은) 총선을 앞두고 전혀 일반 유권자나 국민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사안이다. 그러니까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을 선출하거나 당대표를 선출할 때 필요한 것"이라며 "지금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 많은 의원들의 생각"이라고 했다.
이처럼 혁신위가 비명계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대의원제 개편을 골자로 한 혁신안을 내놓는다면,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러한 당내 분위기와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오후 경기도 광명시에서 일정을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대의원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일단 당은 다음 주에 예정돼 있는 정책 의원총회에 대의원제 개편 혁신안을 공식 안건으로 다루지는 않을 예정이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다음 주 후반부 정책 의총이 예정돼 있는데 그걸(혁신안을) 안건으로 올릴 계획은 없지만 자유 발언을 통해 논의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긴급한 현안이 아니라면 8월 말에 예정돼 있는 정기국회 대비 워크숍에서 좀 더 상세하게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