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앞 윤석열과 추미애의 길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3.07.31 00:00
수정 2023.07.31 00:00

야당 정쟁화 기도에 정면대응 승부수

尹·추미애 행보와 비교되며 관심 집중

중도·온건에서 보수·강경, 이미지 변신

'확장' 측면에서 추미애와 질적 차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관련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공방에서 폭풍의 중심에 섰다. 야당에서 제기한 특혜 의혹을 사업 백지화 선언으로 받아치면서 확전을 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혹은 김건희 여사와 더불어민주당의 싸움에서 '원희룡과 민주당의 싸움'으로 국면은 전환됐다.


정치권에서는 정쟁 확대를 노리는 민주당에 맞서 원 장관이 고도의 전략적 판단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여권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원 장관이 존재감을 확인함과 동시에 지지층 결집을 위한 무대로 이번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공방을 선택했다는 게 요지다.


실제 대척 관계에 있는 정치세력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아 정치적 체급을 키운 사례는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윤석열 대통령이다. 검찰총장 시절 정권 핵심 실세로 통하던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를 계기로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의 집중 공세를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동력으로 삼아 대통령까지 올랐다는 데 이견이 없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비슷한 사례로 꼽힌다. 조 전 장관에 이어 법무부 장관에 올랐던 그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을 라임수사 등 주요 사건에서 배제시키며 무력화에 앞장섰다. 야권의 강한 비판이 있었지만 피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사안을 '추미애 대 윤석열'의 대립 구도로 끌고 갔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음은 물론이다.


야권에서는 원 장관의 행보를 과거 추 전 장관에 빗대 깎아내리는 시각이 다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백지화 선언 이후 (지지층으로부터) 화환을 많이 받으셨던데 흡족하시냐"며 "장관이 너무 정치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인지도에 비해 코어 지지층이 부족한 원 장관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면서도 "일부 지지층의 박수를 받겠지만 비호감 이미지가 강해져 외연 확장에 실패한 추 전 장관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출발점과 방향성에서 원 장관과 추 전 장관은 차이가 크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원 장관의 정치적 입지를 규정해왔던 단어는 소장파였으며,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중도·합리·온건이었다. 이른바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트리오로 불리며 당내 쓴소리 역할을 통해 정치적 성장을 이룬 것이 요인이다.


하지만 "20년째 소장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계 또한 분명했다. 따라서 지금의 행보는 중도·온건에서 시작해 정치적 벽에 직면한 원 장관이 보수·강경까지 넓히는 확장으로 규정할 수 있다. 똑같은 정치적 위치에서 인지도 상승과 기존 지지층 결집만 추구했던 추 전 장관과의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오히려 민주당 측의 지지를 받다가 조 전 장관 수사 및 추 전 장관과의 대치 국면을 통해 중도·보수로 지지층을 넓혀나간 윤 대통령과 흐름 자체는 비슷하다는 평가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아역으로 성공한 연기자가 롱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이미지를 깬 변신이 필요하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가 중 한 명인 밥 딜런도 어쿠스틱 포크에서 일렉트릭 사운드로 전환해 더 큰 성공을 거뒀다"며 "소장파에서 시작한 원 장관이 정치적 변신과 확장을 하고 있으며, 변신의 동기나 흐름은 추 전 장관과 비슷할지언정 질적으로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도 "원 장관에게 그동안 부족했던 것은 대중성과 결단력, 정통 보수층의 지지였다"며 "이번 양평고속도로 공방은 물론이고 대장동 일타강사와 같은 과정을 거쳐 본인에게 결핍했던 부분을 채워나가며 상당한 정치적 이익을 볼 것 같다"고 전망했다.


중요한 것은 완급조절이라는 관측이다. 20~30대 젊은 층에게는 현재의 강단 있는 모습으로 각인되면서도, 기성세대가 긍정적으로 기억하던 원 장관 본령의 모습도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야당과의 정치적 대립이 아닌 다양한 정책과 콘텐츠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CBS라디오 방송에서 "반대 측면에서 보면 '아니, 원희룡은 합리적인 사람 아니었어?'라는 말처럼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도 분명히 있다"며 "양면이 다 있는데 장기적으로 무엇이 더 높을 것이냐. 추 전 장관 같은 경우에는 마이너스가 더 컸고, 원 장관은 이제부터 본인이 책임질 바인 것"이라고 말했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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