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AI 편집하는 시대…‘새 기획’ 부재에 커지는 예능가 우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3.07.29 08:19
수정 2023.07.29 08:20

“양산형은 누구나 제작…자신만의 기획이 필요”

무료 어플리케이션으로도 누구나 동영상 편집이 가능한 현재, 이제는 누구나 자신만의 영상을 만들고, 또 온라인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 미국 뉴욕 기반의 스타트업 ‘런웨이AI’가 컴퓨터에 단어만 몇 개만 입력하면 짧은 동영상이 만들어지는 AI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추후엔 PD를 AI가 대체하는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양산형 영상’을 만드는 것은 누구나 가능해진 현재, 차별화된 기획을 통해 역량을 입증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그러나 최근 방송가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기획들은 실패를 거듭하는 중이다.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MBC 영상 캡처

‘제2의 무한도전’을 꿈꾸며 출범한 MBC 예능프로그램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가 오는 30일 종영된다. 파일럿이 아닌, 정규 프로그램으로 시작한 프로그램이었지만, 1% 내외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다 8회 만에 종영을 하게 된 것이다.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측은 ‘시즌 종료’라고 설명했지만,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의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시청자들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한동안 ‘나 혼자 산다’ 등 일부 장수 예능들의 흥행에만 기대던 MBC가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훅 까놓고 말해서’ 등 새 프로그램을 연달아 선보이며 기대를 모았지만, 결국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만이 긍정적 반응을 얻은 것이다.


KBS, SBS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KBS는 지난해 ‘이별도 리콜이 되나요?’, ‘오케이? 오케이!’, ‘홍김동전’ 등 여러 예능들을 새롭게 론칭했는데, 현재 ‘홍김동전’만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홍김동전’ 또한 일부 회차가 주목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현재 1%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그 이후 새롭게 시작한 ‘걸어서 환장 속으로’ 또한 1%대 시청률 기록 중이며, ‘세컨하우스2’는 이보다 조금 나은 2%대를 기록하고 있다.


SBS 예능프로그램 ‘강심장 리그’ 또한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강심장’의 10여 년만 부활, 이승기, 강호동의 재회로 큰 주목을 받았으나, 2%대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며 최근 회차에서 소폭 상승해 3%대를 기록했다. 결국 SBS는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 ‘신발 벗고 돌싱 포맨’, ‘골때리는 그녀들’, KBS는 ‘1박 2일’, ‘편스토랑’ 등 일부 장수 예능들로 명맥을 유지 중인 셈이다.


내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 중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당장 개별 프로그램의 흥행 여부를 떠나, 새로운 기획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며 “인기 있는 장수 예능을 일부러 폐지할 이유는 없지만, 새 프로그램들 또한 이전의 포맷을 살짝 바꿔 선보이는 경우들이 많은데 자칫 TV 프로그램은 낡았다는 인식이 생길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물론 구조적인 문제도 없지 않다. 낮은 제작비와 엄격한 심의 등 지상파가 타 플랫폼에 비해 과감한 시도를 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PD들 사이에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호소가 나오기도 한다.


예능인들의 고령화 문제도 무시할 수는 없다. 여전히 유재석, 강호동, 김구라 등이 톱 MC로 활약하고 있으며, 양세형, 양세찬, 하하, 김종국 등 출연자들 또한 이미 과거부터 활약하던 이들이 대부분이다. 종영을 앞둔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래’의 막내가 30대 중반인 유병재인 것을 생각하면, 예능인들의 고령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체감할 수 있다.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검증된 출연자만을 기용하는 사이, 새로운 도전들은 실종되고 있는 것.


한 예능 PD는 “이제는 방송국에 입사를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PD가 될 수 있는 시대다. AI까지 가세한다면 이제 어지간한 콘텐츠는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닌가”라면서 “그럴수록 나만의 기획을 할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이제 그러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오히려 외부로 나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는 예능을 사전제작 방식으로 제작하면서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입하고 있는데, 능력만 갖추고 있다면 창작자로서 당연히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방송국이 뒤처질 일만 남은 것인데, 모두가 위기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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