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원외의 '수박 깨기' 시도…계파 갈등 격화하나
입력 2023.07.24 15:13
수정 2023.07.24 15:32
"하위 20% 의원 명단 공개"…공천룰 개정 청원 5만명 달성
현역 평가에 권리당원 50% 비율 주장…비명계 겨냥 해석
"당내 세력 재편 시도" "이해관계 따라 바꾸자? 분란 생겨"
더불어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원외 인사들과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이 '비명(비이재명)계 학살 공천룰'로 해석될 수 있는 혁신안을 연일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당 혁신을 명목으로 내세운 '현역 의원 물갈이' 관련 청원은 당의 청원 응답 요건(5만명 동의)을 충족했다. 당 혁신위원회가 친명계 원외 인사들의 주장이 반영된 공천 쇄신에 나설 경우, 계파 갈등은 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홈페이지 국민응답센터에 지난달 25일 게재된 '제22대 총선 후보자선출규정 특별당규 개정 청원'은 24일 현재 5만2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동의율은 105%다. 이 청원에는 친명계 원외 정치인과 이 대표 강성 지지층, 친명 성향 유튜버가 대거 가담했다.
청원자인 특별당규개정연대에는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 등이 이름을 올렸다. 현 부원장은 비명계 윤영찬 의원 지역구인 성남 중원에, 이 부대변인은 이상민 의원 지역구인 대전 유성을에 각각 출사표를 냈다. 이와 함께 '잼칠라보호연맹' '더명문학교' 등 이 대표 지지단체, 친명 성향 원외 정치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가담했다.
이들은 △전략공천 지역 외 경선 의무화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현역 의원 경선 득표 50% 감산 △경선 후보들에게 선거인단 연락처 제공 △경선에서 2회 이상 합동토론회 의무화 △3인 이상 경선은 결선투표 실시 △후보자심사기준에서 정체성·의정활동능력 배점 상향 등을 요구했다.
특히 이들은 평가 결과 하위 20% 현역 의원 명단을 공개하고, 경선 득표 50% 감산 등도 주장했다. 이 평가는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50%)와 전국권리당원(50%) 평가를 각각의 비율로 합산하자는 것이다.
이들의 요구는 사실상 비명계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권리당원에는 지난 대선에서 유입된 이 대표 지지자들의 비중이 큰데, 특정 지역구에 살지 않는 권리당원들이 모든 지역구의 현역 의원 평가에 참여할 경우 소수의 조직표가 특정 인물을 배제할 수 있게 된다. 청원을 주도하는 이들 역시 "수박 깨는 청원"이라고 홍보 중이다.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이 대표가 원내에 세력이 거의 없다 보니, 친명계 중심으로 이번 총선을 통해 세력 재편을 시도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민주당이 수년간 총선을 치르면서 공천룰을 정했는데, 이들이 개정을 시도한다고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바꾼다고 하면 당내에서 받아들이겠느냐"고 지적했다.
당 핵심 관계자도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서 공천룰을 바꾸자고 그러면 당연히 분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공천룰은 상당한 논의를 거쳐서 마련된 것"이라며 "이 대표가 자기 사람들 심겠다고 공천룰을 바꿀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당 답변 요건 달성과 관련,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만여명의 당원들이 동의한 청원에 대해서 '혁신위원회와 논의하라'는 성의 없는 답변은 사양하겠다"라며 "특별당규 개정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 후 지도부가 직접 답변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혁신위를 향해서는 "5만여명의 당원들의 동의를 받은 혁신안이 있으니, 혁신위 차원에서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을 요구한다"며 "민주당의 개혁을 바라는 당원 단체들과의 간담회를 요구한다"고 했다.
특히 "이 개정안은 7개 단체의 민주당 당원들이 두 달여의 숙의과정을 거쳐 만들어냈다. 민주당을 사랑하는 권리당원들이 더 좋은 정치인을 국회로 보내 우리의 삶과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작성한 개정안"이라며 "우리는 대한민국과 민주당을 사랑하는 친개혁 열정 당원이자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당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청원 답변과 관련해)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