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바깥 열린 기회?…적응 더딘 김태호 PD에 필요한 것 [기자수첩-연예]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3.07.16 07:01
수정 2023.07.16 07:01

‘댄스유랑단’ 최근 서울 유료 공연 개

“준비 부족”, “성의 없었다” 비난 이어져

적극적인 투자로 스케일을 키우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부터 부담 없는 도전 통해 색다른 재미 선사하는 유튜브까지. 이제는 TV 예능보다 웹예능을 더 즐겨보는 시청자들이 늘어나면서 드라마는 물론, 예능 PD들까지 방송국을 박차고 나가 새 활로를 모색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더욱 깐깐해지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모두의 관심과 기대의 시선을 받으며 MBC를 퇴사한 스타 PD 김태호도 아직 방송사 바깥의 열린 기회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댄스유랑단’ 출연진ⓒtvN

최근 김태호 PD가 연출 중인 tvN 예능프로그램 ‘댄스유랑단’ 측이 미흡한 공연 준비로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9일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댄스유랑단’의 멤버들 및 게스트들이 출연하는 서울 유료 공연이 열렸는데, 이때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 관객들의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일부 관객들은 무대를 수시로 변경하거나, 재녹화를 거듭하는 등 이날 공연이 방송 촬영에 초점이 맞춰져 시간이 지체됐다며 불만을 표했다. 이날 공연이 유료였던 점을 고려하면, 결국 공연을 관람하러 온 관객들을 방청객으로 전락시킨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현아, 비, 지코, 샤이니 태민, 레드벨벳 슬기 등 게스트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는 점도 지적의 대상이 됐다. 이 역시도 김완선, 엄정화, 이효리, 보아, 화사 등 ‘댄스가수유랑단’ 멤버들의 공연을 보러 간 관객들의 니즈는 뒷전, 방송의 내용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이어졌다.


진짜 문제는 ‘댄스유랑단’이 이전부터 거듭 올드한 전개로 시청자들의 실망감을 유발했다는 것이다. ‘댄스유랑단’은 댄스 가수 계보를 잇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 아티스트들이 전국을 돌며 공연을 선보이는 프로그램. 과거의 스타들을 소환해 향수를 자극하는 콘셉트는 이미 많았지만, 여성 아티스트들의 연대 또는 김완선, 엄정화 등 베테랑 가수들의 열정이 주는 감동 등 ‘댄스유랑단’만의 메시지에 시청자들의 호응이 이어졌었다. 그러나 이미 유튜브 콘텐츠 비롯해 여러 방송에 출연하며 화제몰이를 했던 다나카 섭외해 분량을 채우는 등 추억 되새기기 이상의 특별한 의미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반응을 얻었다.


이는 김 PD가 MBC 퇴사 후 거듭 반복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효리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식으로 포착한 ‘서울 체크인’ 비롯해 유튜버 빠니보틀, 곽튜브, 원지의 여행기를 담은 ‘지구마불 세계여행’ 등 이미 검증된 자원의 재활용에 그치는 콘텐츠들을 반복해 선보이며 새 플랫폼의 장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유튜브 도전 초반이긴 하지만, 지난 3월에는 지각 업로드를 하고도 가벼운 태도로 임해 ‘유튜브를 만만하게 본 것이냐’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물론 앞선 프로그램들에 어떠한 유의미한 메시지도 담기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색다른 도전이 아니더라도 MBC에서 쌓은 역량 바탕으로, 웹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이는 것도 나름의 의미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특히 MBC를 퇴사했다고 해서 그간 쌓은 색깔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것도 물론 아니다.


다만 최근 CJ ENM에서 CJ ENM 산하 레이블 에그이즈커밍으로 소속을 옮긴 후 tvN과 유튜브를 보다 자유롭게 오가는 나영석 PD의 행보와 비교하면, ‘신선함’과 ‘유연함’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나 PD는 최근 이은지, 오마이걸 미미, 이영지, 아이브 안유진 등 MZ세대들로 라인업을 구성한 ‘지구오락실’ 통해 또 다른 결의 버라이어티 재미 보여줬었다. 또 침착맨과의 만남 이후 스케일을 확 줄여 ‘맨몸 토크’만으로 튜브 채널 ‘채널 십오야’의 가성비를 극대화하는 등 유연한 변화로 성적과 화제성 모두를 챙기고 있다. 이 같은 최근 행보에 ‘왜 롱런하는 PD가 됐는지 알 것 같다’는 긍정적인 반응들도 쏟아지고 있다.


플랫폼은 다양해지고, 웹콘텐츠의 가능성이 오히려 TV 콘텐츠보다 더 높게 평가되는 현재. 방송사 바깥에서 새 기회를 모색하는 PD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본질은 플랫폼이 아닌, 시대와 발을 맞추는 유연함에 있다는 것을 두 PD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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