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푸틴에 '잘못된 베팅'…"무장반란으로 리스크 커졌다"

김상도 기자 (marine9442@dailian.co.kr)
입력 2023.06.27 21:35
수정 2023.06.27 21:35

러 사태 후폭풍…"中, 푸틴 정권 안정성 확신 못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21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 신화/연합뉴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사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무한 애정’을 자랑하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일 천하’로 끝난 무장반란 사태는 지난해 고강도 방역정책인 ‘제로 코로나’에 반대하는 전국 시위에 이어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에 의문을 제기했다. 권위주의적 통치, 장기집권 등 비슷한 정치체제를 가진 러시아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사태는 지난해 코로나19 봉쇄 기간 ‘백지시위’에 이어 시 주석의 권력기반에 또 다른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지난 24일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이 일어나자 러시아를 두둔하면서 ’내정문제‘로 선을 그었다. 중국 외교부는 25일 “이번 사건은 러시아 내정문제”라며 “중국은 러시아의 우호적 이웃이자 새로운 시대를 위한 협력의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로서 러시아가 국가안정을 유지하고 발전과 번영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놨다.


하지만 중국의 속내는 복잡할 수 밖에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무리 당·군·정을 통제하고 있다고 해도 중국 최고 지도부는 군부에 대한 장악력을 점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시 주석은 중국 군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그가 완전한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타이밍 청 캘리포니아대 글로벌 분쟁 및 협력 연구소장은 “러시아에서 일어난 일은 시 주석이 중국 군부를 계속 의심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강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바그너그룹의 반란사태 이후 중국은 이를 경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25일 중국 인민해방군이 운영하는 웨이보 계정은 1927년 마오쩌둥이 공산당의 절대적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군대를 어떻게 개편했는지에 대한 게시물을 올렸다. 이는 푸틴이 프리고진을 필두로 한 용병부대에 의존한데 대한 위험성을 강조한 메세지로 읽힌다.


여기에다 무장반란에 따른 러시아의 정정 불안으로 중국의 뒷마당인 키르기스탄과 타지키스탄과 같은 나라에서 분쟁이 발생할 소지도 우려할 수 밖에 없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러시아의 체제 불안이 노정되면서 시 주석의 외교정책 기조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라파엘로 판투치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대학원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의 무장반란의 혼란스러운 결론은 결국 베이징에만 손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최고위 당국의 발언도 묘한 여운을 남겼다. 시 주석의 불안감을 정조준한 언급이어서 주목된다. 커트 캠벨 미국 인도·태평양 담당 국가안보조정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 “최근 러시아에서 벌어진 일들이 중국 지도부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라며 “이 정도 선으로 언급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에 대한 시 주석의 지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는 푸틴 대통령을 변함없이 지지하지만, 무장반란을 계기로 그가 푸틴 지지를 두고 '손익 계산서'를 따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지원은 실용주의와 이념에 기반을 두고 있는데 무장반란 사태로 실용주의가 크게 훼손됐다"며 "시 주석은 푸틴을 계속 지원할지와 푸틴 정권의 수명 단축 가능성을 염두에 둔 위험 회피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딜레마를 안았다"고 덧붙였다.

김상도 기자 (sara087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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