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진핑 독재자' 지칭에 中 반발…"정치적 존엄성 침해"
입력 2023.06.21 20:11
수정 2023.06.21 20:1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로 지칭했다. 그가 이전에도 시 주석을 독재자로 표현한 적이 있지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 이후 급랭했던 미·중관계가 대화국면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양국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모금행사에 참석해 "우리가 정찰풍선을 격추했을 때 시 주석은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몰라 매우 화를 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찰풍선이 알래스카를 지나 미 본토로 날아가던 중 경로를 벗어났는데 시 주석은 그것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무슨 일이 발생했는 지 몰랐다는 건 독재자들(dictators)에게 정말 창피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직접 독재자로 부르지는 않았지만 그가 처한 상황을 얘기하면서 '독재자들'이란 표현을 써 사실상 시 주석을 독재자 범주 안에 넣은 것이다. AF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독재자들과 동일시했다"고 해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에도 몇 차례 시 주석을 독재자로 불렀다. 정찰풍선 사건이 있은 뒤인 지난 3월에 폴란드를 방문해 "푸틴과 시진핑은 독재자"라고 비판했다. 2021년 9월에도 시 주석과 전화통화를 한 직후 그를 겨냥해 "21세기에도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진심으로 믿는 독재자들(autocrats)이 많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링컨 장관의 방중 성과를 보고받은 19일만 해도 미·중관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우린 지금 올바른 길 위에 있다"며 "일부 진전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다음날 바로 시 주석을 독재자로 표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외교적 예의에 엄중하게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매우 터무니없고 무책임하며, 기본적인 사실과 외교적 예의에 엄중하게 위배되며, 중국의 정치적 존엄을 엄중하게 침범한 것으로, 공개적인 정치적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당 발언에 대한 "강렬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