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 동안의 꿀맛…맛·당도·브랜드 모두 잡은 춘천 ‘하니원멜론’[新농사직썰-월령가⑥]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3.06.22 06:30
수정 2023.06.22 06:48

2009년부터 특화작물로 육성

후숙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어 인기

까다로운 선별 거쳐 브랜드 가치 쑥쑥


춘천시 하니원멜론은 상당히 달다. 과즙량이 많고 체계적인 생산체계가 갖춰 있어 지지층이 탄탄한 충성고객이 많다. 하니원멜론 출하시기는 단 45일이다. 올해는 이 기간을 놓치지 말고 하니원멜론을 구매해보자. ⓒ편집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 新농사직썰은 조선시대 편찬한 농서인 ‘농사직설’에 착안한 미래 농업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50회 시리즈로 시즌1을 마무리했다. 시즌2는 그동안 시즌1에서 다뤘던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농가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효과는 있는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위해 구성됐다. 시즌2 부재는 ‘월령가’로 정했다. 월령가는 ‘달의 순서에 따라 한 해 동안 기후변화나 의식 및 행사 따위를 읆는 노래다. 이번 시리즈가 월령가와 같이 매달 농촌진흥청과 농업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현장에서 만나는 ‘新농사직썰-월령가’가 농업인들에게 좋은 자양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 주>


“멜론하면 ‘고급과일’이라는 생각이 먼저 앞선다. 특히 구매 후 2~3일 정도 뒀다 먹는 후숙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 통의 양도 수박에 비해 적고, 참외보다는 비싸다. 이런 이유로 멜론은 사과・배・복숭아 등 소위 ‘서민과일’에서 멀어진 느낌이다. 그런데 멜론 농가 매출은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특히 강원도 춘천시의 하니원멜론은 당도가 높아 한번 먹어본 사람은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매년 수확기인 6월이면 하니원멜론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까다로운 선별 과정과 강원도농업기술원, 춘천시농업기술센터가 꾸준히 품종 개발한 성과가 하나 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춘천에서 재배하는 ‘하니원멜론’은 자부심이 대단하다. 전국에서 최고 당도의 멜론이 바로 하니원멜론이다. 높은 당도로 승부하고, 춘천에서만 찾을 수 있는 희소성으로 하니원멜론은 그 가치를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하니원멜론은 브랜드 네이밍부터 첫 단추를 잘 꿰었다. 꿀처럼 달다는 의미의 하니원(Honey One)을 채용해 실제로 당도가 높은 멜론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여기에 항상 15~20브릭스(Brix) 당도를 유지하는 선별 과정도 소비자 신뢰를 얻는데 성공했다.


멜론을 먹으려면 2~3일 후숙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해결했다. 하니원멜론은 수확 후 바로 먹을 수 있는 품종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고급 중의 고급인 ‘황제 멜론’으로 불리는 이유다.

춘천원예농협 공동 선별장. 이곳은 6월부터 멜론을 선별하는데 바쁘게 움직인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출하 기간 단 45일…6월의 춘천은 바쁘다

하니원멜론의 출하기는 45일이다. 6월 초부터 수확을 시작해 재배 농가가 순차적으로 멜론을 출하한다. 2009년부터 재배를 시작한 하니원멜론 농가는 꾸준하게 늘어 현재 44가 농가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하니원멜론 탄생은 2008년 이태익 강원대학교 농과대학 박사가 개발한 품종이다. 춘천시에서 품종 독점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하니원멜론 품종은 오로지 춘천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 품종은 외관에서 그물망이 보이는 일반 멜론과 달리, 색이 연하고 그물망이 적다. 껍질도 얇아 집에서 잘라 먹기도 편하다. 당도는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는 멜론 중 단연 최고다. 보통 수박이 12Brix 사이인데, 하니원멜로은 15Brix부터 시작한다. 후숙 없이 바로 먹어도 되지만 일반 멜론처럼 2~3일 후숙할 경우 당도는 17Brix 이상으로 높아진다.


첫 출하는 6월 초다. 44개 농가가 순차적으로 씨를 뿌려 출하시기를 다르게 맞추고 있다. 출하 시기가 6월 초부터 7월 중순까지 45일간 고르게 이뤄지는 배경이다. 수확한 하니원 멜론은 춘천원예농협 공동 선별장으로 모인다.


우선 농협 하나로마트 등 대형 마트 주문 물량을 소화한다. 최근에는 하니원멜론 입소문을 듣고 대형 마트별 제품 확보 경쟁도 치열해졌다. 물량은 한정적인데 찾는 소비가자 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춘천시농업기술센터도 재배 농가를 확대하고 판로 다변화를 통해 하니원맬론 브랜드를 전국구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근형 춘천시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과 스마트농업팀장은 “지난 2008년 시험 재배를 시작할 때만 해도 10개 농가에서 1ha 소규모로 키웠다. 불과 15년 만에 44농가, 15.8ha로 규모를 늘린 것”이라며 “앞으로 2025년까지 50농가, 재배 면적은 30ha로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이어 “하니원멜론은 다른 품종에 비해 성숙이 빨라 수확시기가 극히 빠른 ‘극조생종’이다. 성장 기간이 짧은 만큼 병이 많고 키우기도 쉽지 않다”며 “강원도 농업기술원, 춘천시 농업기술센터와 춘천시가 하니원멜론 육성을 위해 휴대용 비파괴 당도 측정기 등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최고의 상품을 유지하는데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멜론을 재배하는 농민이 수확이 임박한 멜론을 설명하고 있다. 멜론은 첫번째 잎의 탈색여부에 따라 당도가 결정된다. 꼭지와 잎이 약간 시들어 있는 멜론이 잘 익은 것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토마토에서 멜론으로…춘천시의 변신과 도전

막국수와 닭갈비의 고장으로 유명한 춘천시는 다양한 관광지와 먹거리로 유명하다. 서울에서도 접근성이 뛰어나 계절을 막론하고 많은 관광객이 다녀간다. 관광지와는 별도로 춘천의 대표적인 농산물이 바로 토마토다.


지난해 춘천시가 발표한 2021년 춘천시 전략작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토마토 농가 수는 361가구다. 춘천시에서 재배하는 작물 중에는 오이(371가구)와 함께 핵심 작물로 유명하다. 그러나 판매액으로 따지면 토마토가 효자 작물이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춘천시 토마토 판매액은 1073억원이다. 오이(360억원), 복숭아(173억원)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그런데 최근 이상기후와 더불어 최근 ‘쓴맛 토마토’ 루머까지 겹치며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이때 나타난 새 작물이 바로 멜론이다. 현재 44농가는 모두 토마토를 재배한 경험이 있다.춘천시에서 적극적인 멜론 투자에 나서면서 농가도 하나 둘 재배에 동참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멜론에서 양액재배도 나왔다.


양액재배는 토양을 이용하지 않는 무토양 상태에서 재배하는 방법이다. 작물생육에 필요한 필수원소를 그 흡수비율에 따라 적당한 농도로 용해해서 배양액으로 작물을 재배한다. 하이드로포닉스, 용액재배, 무토양재배, 수경재배 등으로도 불린다.


멜론 재배 농가 심명섭 대표는 “올해 처음 양액재배를 시도하고 있는데 과실도 일정하게 열리고 전체적으로 (농사가)쉬워졌다”며 “토마토보다 수익성도 좋고 춘천시 등이 특화 작물로 관심을 두고 있어 향후 멜론 시장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올해 하니원멜론은 첫 양액재배가 이뤄졌다. 양액재배 농가에서 수확을 준비 중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서양참외 ‘멜론’…우리나라 1954년 첫 시험 재배


서양참외라고 불리는 멜론은 아프리카 적도 동쪽인 사하라 남쪽 지방을 1차 원산지, 즉 1차 중심지역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여기서 다른 지역으로 전파된 수 다시 많은 종이 분화한 이란, 터기 등 중근동 지역과 인도, 중국, 등을 2차 중심 지역으로 보고 있다.


현재 재배종 형태를 보면 유럽계 멜론은 품종분화가 다양하게 돼 있다. 주산지가 고온 건조한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데 비해 동양계 멜론인 참외 종류는 품종 분화가 유럽계에 비해 단순하다. 참외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듯이 다습한 조건에서도 잘 적응한다.


우리나라에서 그물망(네트) 멜론이 재배된 시기는 1954년이다. 당시 중앙원예기술원에서 우장춘 박사가 처음으로 온실 멜론을 재배했다. 시작은 새로운 작물은 소개하는 수준이었다. 이후 1960년도까지 연구 기관에서만 소면적 재배가 이어졌다.


본격적으로 재배된 것은 1970년대 초다. 원예시험장 김해지장과 경남농업기술원에서 온실 멜론 고정종을 이용해 계절별 알맞은 품종을 선발했다. 멜론 재배가 농가에 확산된 것은 1970년대 말경 온실 멜론에 비해 재배가 쉬운 하우스 멜론 품종이 도입된 후부터다.


반면 무네트 멜론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에 걸쳐 일본에서 수입된 교배종인 ‘프린스멜론’이 한동안 경남 김해 지역에서 재배돼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과실을 크게 키울 목적으로 과실 비대기에 생장조절제를 과도하게 사용해 당도가 낮은 과실이 출하되면서 소비자에 외명당하고 결국은 재배지가 사라졌다.


멜론은 네트가 세세하고 균일하게 형성된 것이 품질이 좋다. 같은 크기의 멜론 중에서 가벼운 것은 먹는 부위(과육)가 적을 가능성이 있어 중량감이 느껴지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멜론이 익으면 두드릴 때 소리가 높은 음에서 둔탁한 음으로 바뀌게 된다. 밑 부분이 부드러워지면서 향기가 강해지는데 꼭지 부분이 너무 싱싱한 것보다는 약간 시든 것이 당도가 높은 경향이 있다.


일반 가정에서는 멜론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멜론은 냉장고에 장시간 넣어두면 단맛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일반 가정에서 멜론을 단기간 저장할 경우에는 상온(20~25℃)에 저장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후숙 없이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하니원멜론의 장점이다. 앞으로 춘천시의 다양한 노력과 지원으로 하니원멜론 브랜드가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7월 6일 [新농사직썰-월령가⑦]이 이어집니다.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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