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지원한 정유정, 면접 후 떨어지자 전화로 욕설까지…"
입력 2023.06.19 05:31
수정 2023.06.19 05:31
과외 앱으로 또래 여성을 유인해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한 정유정(23)의 골프장 캐디 지원 후 탈락한 이유에 집착하는 등 집요했던 과거 행적이 드러났다.
17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은 '밀실 안의 살인자 정유정은 누구인가?'라는 부제로 정유정의 정체와 범행 동기 등을 추적했다. 이런 가운데 정유정이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7년 취업준비생으로 속이고 골프장 캐디에 지원했다가 탈락하자 그 이유를 집요하게 물어보며 화풀이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그와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동창들의 증언에 따르면 정유정은 커튼 뒤에 숨어지내고, 친구들과 대화도 하지 않고 미숙한 모습이었지만, 학교를 성실히 나오고 문제를 일으켰던 적 없었다는 것.
그러나 한 제보자 A씨가 겪은 정유정은 동창들이 기억하는 모습과 전혀 달랐다. A씨에 따르면 정유정은 '검정고시 후 취업 준비 중'이라며 골프장 캐디에 지원했다.
A씨는 "거의 한 20년 넘게 면접 담당으로 있었다. 오래돼도 특이한 사람은 기억한다"면서 정유정과 기본적인 대화조차 하기 어려웠다고 떠올렸다.
그는 "제가 '시원한 음료수 한 잔 드릴까요?'라고 물었다. 반응은 거의 없었다"며 "왜 캐디라는 직종을 지원했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다. 고개를 숙이더라. 사람을 쳐다보지를 못한다. 몇 마디 나누자마자 사회생활은 아주 힘들다 싶었다. 아마 성인이 돼도 힘들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면접에서 탈락한 뒤에도 정유정은 집요하게 이력서를 두 세 차례 보내는가 하면 항의 전화를 해 욕설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회사 게시판에 탈락 이유를 확인하는 등 집착까지 보였다고.
이와 관련해 이광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정유정이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어떻게 해서든지 집을 나오고 싶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정유정이 캐디 지원 당시 '기숙사 생활'을 희망한다는 점을 밝혔고 부모의 이혼 후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던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반영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전문의는 "캐디를 할 수 있는 이유는 돈, 아니면 자기가 살 수 있는 기숙사 공간, 둘 중의 하나거나 둘 다 다. 결국은 내가 살고 있는 환경을 바꾸고 싶다는 것에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정유정 '신분 탈취' 노린 계획적 범행 가능성
또 정유정이 주장한 '우발적 범행'이 아닌 선망하는 대상의 '신분 탈취'를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나왔다.
앞서 정유정은 "피해자의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누군가 범행 중이었다"며 "그 범인이 제게 피해자의 신분으로 살게 해 줄 테니 시신을 숨겨달라고 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 심리전문가는 "당연히 거짓말인데, 거짓 진술 속에서도 정유정의 욕구를 살펴볼 수 있다"며 "유기 대가로 신분을 살게 해주겠다는 말을 볼 때, 정유정에게 피해자 신분으로 살게 해준다는 건 보상의 의미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고등학생 시절 집을 나가기 위해 캐디를 선택지로 삼고 집착적으로 빠져든 것처럼 이번 역시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이 방법이 가능하지 않았을까(싶다)"며 "본인의 세계관에서 상상했을 수 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유정이 경찰 조사에서 "영화 '화차'를 반복 감상했다"는 발언에도 주목했다. '화차'는 주인공이 다른 여자의 신분을 사칭하는 등 타인의 인생을 빼앗아 신분을 세탁하는 내용을 다룬다. 전문가들은 정유정이 범행 후 피해자의 옷을 입고 집을 나온 것 역시 신분 세탁 욕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