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시선은 '이재명 거취'로…친명-비명 주도권 싸움 격화
입력 2023.06.16 15:54
수정 2023.06.16 16:03
혁신기구 닻 올리면서 쇄신 방향 두고 계파 간 이견
비명계 "李 사퇴가 혁신…총선 승리 위해 물러나야"
친명계 "李 없으면 필패…뭉쳐서 난국 해결해야"
더불어민주당의 혁신기구 수장이 결정되면서, 이제 당 안팎의 시선은 이재명 대표의 거취에 쏠리고 있다. 비명(비이재명)계는 당 혁신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이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친명(친이재명)계는 "이 대표 없이는 총선에서 필패할 것"이라며 비명계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이 대표의 거취는 곧 당내 헤게모니와 연동된다는 점에서, 혁신기구의 출범 전후로 계파 간 신경전은 극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비명계는 이 대표 체제 1년 동안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했다고 보고, 이 대표의 2선 퇴진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당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어에만 매달려 '방탄 정당'이라는 오명을 썼기 때문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변화를 하루 빨리 단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명계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있겠나. 민심 얻기 어렵다고 본다"며 "이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은 민주당이 쇄신하기 위해서는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12~13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의 민주당이 쇄신하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42.4%가 '이 대표 사퇴'를 꼽았다.
이 대표 직무수행 평가도 부정평가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이 13~15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표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32%, 부정평가는 60%로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러한 여론은 비명계의 주장과 일치한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서 "이대로 가게 되면 총선 때 우리가 이길 수 있겠냐. 이재명 체제로는 총선 안 된다"라며 "이재명 당대표를 1년 했는데 이재명의 색깔을 가지고 과거 불신받았던 민주당을 극복하자고 해서 (당대표를) 시킨 것이지, 이 대표 사법 방어하라고 (당대표를) 시킨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1년 동안의 이재명 지도부 방식은 안 된다. 변화해야 한다"라며 "변화를 수용하는게 출발점이다. 만약 이 대표가 변화하기 싫고, '나 하던대로 할래' 하면 이재명 체제는 오래 못간다"고 일갈했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윤영찬 의원도 한 라디오 방송에서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본인이 모든 걸 다하겠다고 이야기를 먼저 했기 때문에 진퇴 부분에 대해서는 본인이 언젠가는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판단 시점이 너무 늦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비명계의 이러한 주장은 오는 24일로 예정된 이낙연 전 대표의 귀국과도 연관됐다는 분석이다. 계파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 속에서 이 전 대표가 비명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명분을 쌓는 것이라는 시각이다.
친명계는 비명계의 이 대표 사퇴론을 일축하고 나섰다. 정성호 의원은 전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재명 없이, 이 대표가 물러난다면 총선 필패로 가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 대표만으로 혼자서 승리한다고 보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 본다. 그런 면에서 의원들이 지금 당장은 퇴진 얘기보다는 이 대표 중심으로 뭉쳐서 이 난국을 해결해나가는 데 뜻을 모아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진행자가 '비명계가 팬덤 정치, 방탄 정당 굴레에서 벗어나는 게 혁신의 핵심이고 이 대표의 2선 후퇴나 퇴진까지도 혁신위가 제안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입장인데 어떻게 보느냐'고 질문하자 "원론적 차원에서 얘기하신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장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주인은 당원이되 당원 또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또 민주당도 그 노력을 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부족해 보였던 내로남불, 방탄 등의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이 부분은 거의 평생 노력해야 될 주제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