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현대발 인종차별 여파, 클린스만호에도 미치나
입력 2023.06.15 10:56
수정 2023.06.22 09:42
프로축구 K리그1 울산현대발 인종차별 발언 여파는 클린스만호에도 미칠 전망이다.
울산은 지난 12일 공식 사과문에서 "이번 선수단의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피해 당사자와 관계자, 그리고 팬 여러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른 시간 사태 파악과 상벌위원회를 개최하고, 소속 인원 전원 대상 교육 등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날에는 홍명보 감독도 머리를 숙였다.
홍 감독은 지난 13일 강원 원주 오크힐스CC ‘2023년 축구인 골프대회’에 참석해 "팀을 책임지는 감독으로서 물의에 대해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인종차별은 축구를 떠나 세계적인 문제다. 분명히 없어져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언제든지 우리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종차별적 대화는 울산 수비수 이명재의 SNS를 통해 축구팬들에게 퍼졌다.
10일 홈 제주전 승리 후 11일 이명재 SNS에서는 팀 동료 이규성, 정승현, 박용우, 구단 매니저 등이 댓글 대화가 이어졌다. 수비수 이명재 활약을 칭찬하는 흐름이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이 쏟아졌다는 점이다. 이명재를 향해 '동남아 쿼터 든든하다‘ '사살락 폼 미쳤다' 등의 말이 나왔다. 사살락은 2021년 전북 현대서 뛰었던 태국 국가대표팀 출신 수비수. 정규리그 2경기만 뛰고 6개월 만에 태국리그로 떠났다.
대화를 놓고 축구 팬들은 '사살락' 실명 등장은 이명재의 피부색이 까무잡잡하다는 이유로 선수들끼리 놀리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인종차별적 언사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결국 이명재는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고, 대화에 등장한 박용우는 SNS를 통해 사과의 글을 올렸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과로만 넘어갈 수 없는 사건의 파장이 커지는 만큼 징계 논의 절차도 속도가 붙고 있다. 울산현대 구단 자체 징계는 물론이고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징계도 리그 재개(A매치 휴식기) 전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인종차별 행위는 10경기 이상 출장정지 혹은 1000만원 이상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리그 규정이 있다.
해당 선수들 가운데 국가대표로 발탁된 선수들도 있어 이번 논란은 ‘클린스만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종차별 문제를 일으킨 울산 선수들 중 박용우와 정승현은 6월 A매치를 앞두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K리그 정상급 수비형 미드필더로 꼽히면서도 A대표팀과 인연이 없었던 박용우는 첫 국가대표에 발탁됐고, 수비수 정승현은 김민재(나폴리), 권경원(감바 오사카) 손준호(산둥 타이산) 등이 빠지면서 대체 선발됐다. 인종차별 사건 논란 전의 발탁이다.
클린스만 감독도 여러 경로를 통해 내용을 알고 있다. 대표팀은 16일 오후 8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페루(FIFA랭킹 21위), 20일 같은 시각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엘살바도르(75위)와 A매치 2연전을 치른다.
아직까지 협회 차원에서 징계 여부를 결정한 것은 없지만,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A매치 기간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살락의 실명을 언급한 박용우의 경우 교체 가능성도 있다. 댓글 대화에서 정승현은 인종차별이 될 만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해당 대화에서 흐름을 이어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최근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를 향한 스페인 축구 팬들의 인종차별적 행위는 큰 논란이 되고 있고, FIFA도 인종차별적 행위에 대한 엄단을 거듭 강조한 시점이라 정승현·박용우를 향한 A대표팀의 결정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