訪中 끝낸 마크롱, '대만문제 거리두기' 발언에 서방서 뭇매
입력 2023.04.11 21:30
수정 2023.04.11 21:31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양안(중국과 대만)관계에 있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노선을 취해야 한다고 언급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발언이 공개되자 서방 국가들은 일제히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10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이 베이징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정치매체 폴리티코, 경제매체 레제코 등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보도하면서 “그의 발언이 미국과 유럽(EU)의 동맹국들의 반발을 불러왔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4~8일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중국 측은 마크롱 대통령을 열병식·레드카펫으로 극진히 대접했고, 양측은 프랑스 기반의 유럽 항공사인 에어버스의 신규 공장을 중국 톈진시에 짓기로 한 데 이어 에어버스의 항공기 160대 판매 계약도 승인했다.
WSJ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해당 인터뷰에서 “과연 우리(유럽)가 대만문제에 속도를 내는 것이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우리 유럽인들이 이 사안에 관해 ‘추종자'(follower)가 돼 미국의 장단과 중국의 과잉반응에 적응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건 여러 상황 가운데 최악”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그가 취임 이후 견지해온 ‘전략적 자율성’과 같은 맥락이다. 미·중 대결과 같은 세계 패권다툼 속에서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이 이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진영논리에 구애받지 않는 독립적인 노선을 취해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유럽이 직면한 큰 위험은 우리와 무관한 위기에 말려들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두 초강대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된다면 우리는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구축할 시간이나 재원을 갖추지 못한 채 미국에 종속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이 공개된 직후 미국을 비롯해 서방 국가들로부터 비판AP/연합뉴스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양안관계 긴장을 민주주의에 대한 권위주의 체제의 위협으로 간주하는 만큼 대만에 대한 지지를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WSJ은 사설을 통해 “마크롱의 어리석은 실책”이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WSJ는“그의 도움 되지 않는 발언은 태평양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억지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유럽에서 미국의 개입을 줄이자는 미 정치인들을 독려하는 꼴”이라며“바이든이 (아침에)깨어 있다면 마크롱에게 전화해 트럼프를 재당선시키려는 거냐고 물어봐야 한다”고 비꼬았다.
마크롱 대통령이 양안관계에 초연하듯 미국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을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마코 루비오 미국 연방 상원의원 의원은 마크롱은 유럽을 대변하는가 아니면 마크롱 자신을 대변하는가?“라며 ”만약 프랑스와 유럽이 양안관계에서 어느 쪽 편도 드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우리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아야 할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유럽 각국에서도 거리두기에 나섰다. 리투아니아의 야당 의원인 도빌레 사칼리엔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마크롱 대통령이 지정학적으로 무지하다”면서“EU와 나토의 전략적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맹폭했다. 유럽의 반중 의원 단체인 중국에 관한 초당적 국제의원연맹(IPAC)도 마크롱 대통령을 겨냥한 비판 성명을 냈다.
독일 연방하원의 중도 우파 성향 노르베르트 뢰트겐 의원은“마크롱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중국공산당에겐 완벽한 승리, 유럽에는 외교적 재앙이었다”며“마크롱 대통령은 미국과의 파트너십이 아닌 경계선을 택함으로써 유럽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