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 주눅 들지 않은 ‘클러치 박’ 박정아, 팬들에게 전한 메시지

“홈인지 원정인지..팬들 덕분에 주눅 들지 않았다.”

‘클러치 박’ 박정아(한국도로공사)는 원정서 우승을 확정하는 공격을 내리꽂고 팬들을 향해 인사했다.

도로공사는 6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펼쳐진 ‘도드람 2022-23 V리그’ 챔피언결정(5전3승제) 5차전에서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2(23-25 25-23 25-23 23-25 15-13)로 제압, 2017-18시즌(통합우승)에 이어 두 번째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정규리그 3위팀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역대 세 차례뿐인 진기록이다.

‘고령팀’ 도로공사는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까지 치르고 올라온 터라 체력적 열세를 안고 뛰었다. 인천 삼산체육관서 1·2차전을 내리 패할 때만 해도 현장 곳곳에서는 “여기까지만 한 것도 잘했다”라고 입을 모았다. 홈으로 내려와 치른 3·4차전을 모두 역전승으로 이끌며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래도 확률은 0%였다. V리그 챔피언결정전 역사에서 1·2차전을 패하고 3·4·5차전을 가져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100% 우승확률’의 흥국생명을 원정에서 꺾고 0%의 기적을 썼다.

기적을 완성한 마지막 순간에도 박정이가 빛났다. 고비에서 결정타를 날려 ‘클러치 박’이라는 별명도 붙어있는 박정아는 5세트에서 절반에 가까운 6점을 올렸다.

13-12에서 박정아는 흥국생명 블로커 3명을 두고도 공격에 성공했다. 그러나 흥국생명의 비디오 판독 신청으로 아웃 판정을 받았다. 집중력을 잃지 않은 김종민 감독은 블로커 터치 아웃을 놓고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고, 옐레나 손에 스친 것으로 나타났다. 박정아의 공격 성공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순간이다.

극적으로 14점째를 따낸 박정아는 14-13에서 퀵 오픈으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경기 중에도 주저앉을 정도로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박정아는 결정적 순간 힘을 빼고 가볍게 때려 공격을 성공시켰다. 김연경이 버틴 흥국생명을 원정에서 꺾고 우승한 순간, 도로공사 선수들은 서로를 안고 축하하며 땀과 눈물을 닦아줬다.

극적인 우승에 감동한 도로공사 팬들은 환호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런 팬들을 지켜본 박정아는 경기 후 취재진 앞에서 “오늘은 우리 팬들이 정말 뜨겁게 응원해주셔서 홈인지 원정인지 모를 정도였다. 정말 감사하다”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다섯 번 했는데 이번은 정말 잊지 못할 챔피언결정전이다. 경기도 경기지만 더 잊기 어려운 존재가 여기에서 함께 해주신 팬들”이라고 말했다.

여자부 포스트시즌 사상 최장경기 시간(158분)을 뛰는 혈전은 시즌 최다인 6125명의 팬들이 함께했다. 이 가운데 5000명 내외는 흥국생명 홈팬들이었고, 도로공사 원정팬들은 약 1000명이었다. 목소리나 열기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팬들은 0%의 기적을 쓰는 도로공사 선수들을 열렬히 응원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집중하는 도로공사 선수들과 닮은 팬들의 진심은 지칠 대로 지친 선수들의 힘을 끌어올렸다.

팬들은 최악의 조건에서도 명경기를 펼치며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선수들에게 감동했고,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은 어떤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응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감동한 날이다. 도로공사의 원정 우승은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