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發 여진' 저축은행 부동산PF 연체 우려 '재점화'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입력 2023.03.20 15:28
수정 2023.03.20 15:31

대출잔액 10조원↑…연체율 2배 '껑충'

건전성 악화…급격한 뱅크런 주의해야

ⓒ연합뉴스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며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파산까지 악재가 이어지면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0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말 대비 3조7000억원 급증한 규모로 3년 새 69.8%나 늘었다. 특히 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저축은행 등 5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이 2조6295억원으로 1년 새 약 45% 증가했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부동산PF 시장이 경색되자 채권이 부도로 이어져 회수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는 부실채권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저축은행 업권의 대출 연체액은 2016년 6월 이후 약 6년 만에 3조원을 넘었다. 대출 연체율은 2.4%로 2021년 말과 비교해 1.2%포인트 상승했다. 2021년 말 대비 연체금액은 1000억원, 연체율은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저축은행의 부동산PF는 전체 금융사 중 증권사(3638억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특히 고위험 사업장 대출 비중은 지난해 6월말 기준 29.4%에 이른다.


저축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당시 저금리 상황과 부동산 시장 호황기를 이용해 부동산 PF대출 규모를 늘려왔지만 이제는 이로 인해 저축은행 건전성 지표를 악화시킬 요인이 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때문에 금융권에선 저축은행의 부동산 PF대출과 관련해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SVB 파산에서 볼 수 있듯이, 과거 지표가 건전하다고 해서 1~2년간 안심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며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도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2011년 상반기 유동성비율이 109%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성 보완을 위해 매입한 유가증권의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은 잠재 리스크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저축은행의 유가증권 보유 규모는 지난해 3분기 5조5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3조1000억원 대비 77.8% 급증한 규모로, 전체 자산 증가율 48.4%를 크게 상회한다.


정 연구원은 “작년 3분기 기준 국내 저축은행 유동성 비율은 135.3%로 양호한 수준이나 지표가 저하된 측면은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저축은행이 타 금융권과 달리 유동성 규제에 대한 관리, 감독 규제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이밖에 저축은행은 지난해 시중은행과의 고금리 예금유치 경쟁 등에서 밀려나는 등 영업환경이 녹록치 않은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해 고금리 예금 유치로 저축은행의 조달비용이 증가했지만, 대출금리는 법정최고금리(20%)에 막힌 탓에 저축은행 수익성이 악화했다.


실제로 지난해 9월 일시적으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3.77%로, 1998년 6월 이후 처음으로 은행 정기예금 금리(3.84%)를 하회하기도 했다.


정 연구원은 “과거와의 차이점은 모바일(인터넷) 뱅킹 도입으로 인한 예금인출의 용이성에 있다”며 “부실 가능성이 부각된 저축은행에 대한 우려가 예금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집에서 발 빠르게 예금 인출할 수 있다”며 뱅크런이 과거 대비 빠르게 발생해 저축은행의 유동성 대응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저축은행 업계는 SVB 사태에 따른 유동성 우려에 선을 긋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 14일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 업권 전체의 유동성 비율은 177.1%”라고 강조했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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