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2, 인간계로 내려왔다
입력 2023.03.18 07:07
수정 2023.03.18 07:07
TV조선 ‘미스터트롯2’가 무려 24% 시청률로 마무리 됐다. 1회 시청률이 20.2%가 나와 대히트를 예감케 했었다. 하지만 그후 20~21% 선에서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박서진 탈락 직후엔 18%대로 하락하기까지 했다.
다시 21%까지 올라서긴 했으나 준결승과 결승 1차 때 연이어 19%대로 내려앉는 기현상을 보였다. 김용필, 황민호 등 주요 출연자들이 탑10에 탈락한 여파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결승 2차, 마지막 방송 때 24%로 수직상승해 유종의 미를 맞이했다.
진의 주인공은 안성훈이다. 그는 ‘미스터트롯1’ 때도 도전했었지만 이찬원과의 1대1 대결에서 탈락한 바 있다. 그후 절치부심 ‘미스터트롯2’에 재도전해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처음부터 크게 주목 받은 것은 아니었다. 제작진 입장에선 이미 알려진 사람보단 새 얼굴이 주목받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편집상으로도 부각되지 않았고, 팬덤도 특별히 강력한 편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안성훈이 우승할 거라고 예측한 이는 드물었다. 하지만 그는 실력으로 한 계단씩 상승해갔다. 감동적인 노래로 주목 받았는데 결승 1차 때는 템포가 빠른 노래로 새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이렇게 스펙트럼을 넓힌 순간 진을 예약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태에서 결승 2차 무대를 치렀다. 이미 결승 1차 때까지 절정의 기량을 보여줬기 때문에 2차 땐 기본 실력 수준으로만 불러도 우승했을 것이다. 하지만 안성훈은 결승 2차 때도 절정의 가창을 선보였다. 결승 1차 땐 신나는 노래를 했는데, 2차 땐 정반대로 감동적인 노래를 선곡했다. 패티김의 ‘그대 내 친구여’였다.
보통 경연에서 관객들이 눈물 흘릴 땐 해당 곡이 어떤 사연과 연결 됐을 때가 많다. 대표적으로 가수가 부모님 이야기를 하며 관련된 노래를 불렀을 때 눈물바다가 터지곤 한다. 그런데 안성훈이 결승 2차에 부른 ‘그대 내 친구여’는 전혀 그런 사연과 연결되지 않은, 그냥 독자적인 노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에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 사연 없이 순전히 노래의 힘으로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그럴 정도의 엄청난 가창이었다. 당연히 몰표가 나왔고 안성훈의 진이 확정됐다.
선의 주인공은 이른바 활어 보이스라는 박지현이다. 그는 시원시원한 가창력으로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주목 받았고, 큰 키와 눈에 띄는 얼굴로 외적인 매력까지 갖췄다. ‘미스터트롯2’를 대표하는 새 얼굴이라 할 만하다. 안성훈이 주로 느린 노래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면 박지현은 흥겨운 노래로 팬덤을 구축했다.
미의 주인공은 진해성이다. 그는 이미 KBS 트로트 오디션에서 대상을 받았지만, 트로트 오디션의 원조이자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미스터트롯’ 시리즈에 과감하게 도전했다. 이미 널리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에 오디션 도전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 부담감을 이겨내고 마침내 원조 트로트 오디션 3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이제 이들과 또 다른 톱7 멤버들이 TV조선 후속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미스터트롯2’가 끝나자마자 이번 톱7 멤버들의 행사 출연료가 수직상승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통 행사 시장에서 ‘미스터트롯’ 스타와 그렇지 않은 가수 사이엔 출연료 차이가 확실히 존재한다고 한다. 그럴 정도로 ‘미스터트롯’ 스타들이 국민적 사랑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이번 톱7도 한국 트로트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다만 ‘미스터트롯1’의 인기보다 이번 2탄의 인기가 낮고, 또 1탄의 진 임영웅보다 2탄의 진 안성훈의 인기가 떨어지기 때문에 이번 ‘미스터트롯2’가 실패작이라는 보도도 많이 나온다. 이런 시각은 문제가 있다.
‘미스터트롯1’의 성공과 임영웅의 인기는 기적이다. 기적은 매번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누군가가 기적적인 삶을 살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 실패작 여부를 논할 때 기적은 배제해야 한다. 특히 임영웅은 역사적인 스타이며 초현실적이기까지 한 존재다. 그런 존재와 비교하면 모든 오디션이 대실패작일 것이다.
그런 이례적인 사례가 아닌, 일반적인 프로그램들과 비교했을 때 20% 내외의 시청률이면 충분히 성공작이다. 국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는 뜻이다. 방송사 측이 ‘임영웅 급이 안 나오면 실패’라는 일부 언론식 시각에 매몰되지 않는다면 3탄 제작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미스터트롯’ 시리즈는 국민에게 가장 큰 위로와 즐거움을 준 프로그램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다만 1탄에 비해 2탄의 인기가 많이 떨어진 것은 어쨌든 사실이다. 1탄이 천상계 인기였다면 2탄은 인간계로 내려왔다. 앞으로도 1탄의 인기, 임영웅의 인기가 재현되긴 어려울 것이다. 이제 ‘미스터트롯’ 시리즈는 초현실 판타지 같은 초인기 프로그램이 아닌, 현실적인 수준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