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자, 폭로 손자 향해 "할미가 얼마나 살 것이라고…내 품으로 돌아와라 제발"
입력 2023.03.16 18:42
수정 2023.03.16 18:44
전두환 손자 할머니 회유에도 "소름끼쳤다…극단적 선택 때 안부 문자 없었다"
연희동 자택서 스크린골프 스윙 여성 사진에 "할머니 맞다…몇 년 전 찍은 사진"
"주식·고급 부동산 명의 몇 십억원 대 규모 넘어와…다른 가족들 무조건 더 많아"
"돈 서류상 출처 경호원 등 지인들로 위장…'공범' 계속 가족들로부터 돈 받아"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등 범죄 의혹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고발한 손자 전우원(27)씨가 폭로 이후 할머니 이순자씨의 회유 시도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15일(현지시간) 미국에 거주 중인 전씨의 폭로에 따르면 전씨는 할머니 이순자씨의 회유 시도를 받고 있다. 전씨는 "할머니(이순자씨)가 연락해 '돌아와라 제발, 니 할미 품으로'라고 했다. '할미가 얼마나 살지 모른다'라고도 했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전씨는 이러한 할머니의 회유에도 "답을 하지 않았다. 소름이 끼쳤다"고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전씨는 지난해 말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해 열흘간 입원했을 때에도 안부 문자 하나 없었던 사람들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SNS 폭로 초기인 지난 13일 미국에 체류 중인 친형의 신고로 경찰관 10여 명이 출동, '정신병원에 가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고 전씨는 전했다. 연희동 자택 내 스크린 골프장에서 스윙을 하는 여성에 대해 "할머니가 맞다"면서 "몇 년 전 찍은 사진"이라고 말했다.
◇전두환 손자 "내게만 몇십억 증여…백부 회사규모 수백억"
전씨는 또 전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 의혹에 대한 폭로를 이어갔다. 그는 "저 하나한테만 몇십억원의 자산이 흘러들어왔다. 다른 가족들은 무조건 더 많다고 보면 된다"며 "제가 미국에서 학교를 나오고 직장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를 일년에 몇 억씩 하던 자금들 때문이다. 학비와 교육비로 들어간 돈만 최소 10억인데 깨끗한 돈은 아니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비엘에셋이라는 회사의 20% 지분, 웨어밸리라는 회사의 비상장 주식들, 준아트빌이라는 고급 부동산이 자신의 명의로 넘어왔다며 모두 몇 십억원대 규모라고 밝혔다. 전씨가 제시한 기업들은 이미 전씨 일가의 비자금이 그 출처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지만, 가족이 구체적으로 인정한 것은 사실상 처음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금은 빼앗기거나 서명을 해서 (새어머니인) 박상아씨에게 양도한 상태"라면서 "웨어밸리 비상장주식은 아버지가 황제노역을 하고 나와 돈이 없다면서 '너희들에게 증여돼 있던 주식인데 새엄마에게 양도하라'고 한 것"이라고 전했다. 전씨는 전재용씨 두 번째 부인과 낳은 두 명의 아들 중 차남이다. 재용씨는 이후 박씨와 세 번째 결혼을 통해 두 명의 딸을 두고 있다.
전씨는 아버지의 형제들인 전재국씨와 전재만씨, 그리고 사촌형제들이 물려받은 비자금 규모에 대해선 "(저희보다) 무조건 더 많다"고 답했다. 이어 "(전두환씨 장남인) 전재국씨가 바지사장을 내세워 운영하는 회사만 제가 아는 게 몇백억원 규모"라면서 시공사, 허브빌리지, 나스미디어 등을 언급했다.
특히 3남인 전재만씨의 와이너리 사업에 대해선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가서 땅값을 확인해보라. 게다가 와이너리는 대규모 최첨단 시설이 필요해 돈이 넘쳐나는 자가 아니고서는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분야가 절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재국씨는 미디어, 전재용씨는 부동산, 전재만씨는 와이너리 등 "말도 안 되게 돈이 많이 필요한 사업들만 골라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씨는 부연했다.
◇"가족 수치…돈 서류상 출처 경호원 등 지인들로 위장"
가족들의 비리를 폭로하기로 결심한 계기에 대해선 "자라면서부터 저희 가족이 수치라는 걸 많은 사람에게서 배워서 알고 있었다"면서 "저도 상처받았기 때문에 그걸 인정하지 않았지만, 주변에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고 봉사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순수함을 배우면서 모든 걸 내려놓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죄는 죄라고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 또한 마약과 성매매업소를 이용한 적 있다고 고백한 뒤 "죄악은 숨을 곳 없이 다 비춰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비자금 의혹이 쉽게 밝혀지지 않은 것은 "돈의 출처는 그들(가족)인데 서류상의 시작은 지인들로부터 나오게끔 했기 때문"이라면서 "예를 들어 웨어밸리도 경호원이 설립하게 해서 그런 조직들을 양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호원을 포함한 지인들 역시 '공범'으로 "계속 가족들로부터 돈을 받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멈출 이유가 없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전씨는 "제 할아버지(전 전 대통령)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 가족과 주변인의 범죄행각을 밝히겠다"며 SNS에 폭로 영상과 글 등을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전씨는 자신의 신분을 입증하기 위해 운전면허증, 등본, 미국 유학 비자, 학생증, 보험증서 등 증빙 자료부터 어린 시절 전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과 동영상, 이순자 여사 사진 등을 게시했다. 전 전 대통령의 유산상속을 포기했다는 서류도 공개했다.
전재용씨는 "아들은 심한 우울증으로 입원 치료를 반복했다"며 "아비로서 아들을 잘 돌보지 못한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