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그룹 비이자이익 3조 '증발'…규제 장벽도 '한몫'
입력 2023.03.13 06:00
수정 2023.03.13 06:39
지난해 8조7299억…전년比 25.3%↓
증시 불황에 펀드 규제까지 '이중고'
국내 4대 금융그룹의 비(非)이자이익 규모가 한 해 동안에만 3조원 가까이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시장의 불황이 관련 실적 악화에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금융권에서는 당국의 규제 강화도 비이자이익의 발목을 잡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개 금융그룹이 거둔 비이자이익은 총 8조7299억원으로 전년 대비 25.3%(2조9538억원) 줄었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리금융의 비이자이익이 1조149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5.4% 감소하며 조사 대상 금융그룹 중 최소를 나타냈다. 하나금융 역시 1조4182억원으로, 신한금융은 2조5315억원으로 각각 20.2%와 30.4%씩 해당 금액이 줄었다. KB금융의 비이자이익도 3조7312억원으로 26.1% 감소했다.
비이자이익 실적이 나빠지게 된 배경으로는 우선 증시 부진이 꼽힌다. 지난해 들어 증시 여건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증권 부분 실적이 부진의 늪에 빠진 탓이다.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유가증권 평가 이익과 주식 중개 수수료 등도 축소됐다.
실제로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코스피 지수는 2236.40으로 전년 말보다 24.9%(741.25포인트) 급락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679.29로 같은 기간 대비 34.3%(354.69포인트)나 떨어졌다.
더불어 시장에서는 정부의 규제도 비이자이익을 위축시킨 요소로 거론된다. 과거 은행들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와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에서 대량의 원금 손실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투자 상품에 대한 전면 점검을 벌였고 본격적인 규제에 나섰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은행권의 핵심 투자 상품인 특정금전신탁이 그 타깃이 됐다. 특금신탁은 고객이 직접 자산운용 대상을 선택하는 신탁 상품으로, 투자자가 자신의 자산을 맡기고 운용 방법을 지정하면 신탁사는 이를 그대로 따르게 되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금융 상품 판매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방안을 내놓으면서, 특금신탁의 대표 상품인 파생결합증권신탁과 주가연계신탁 등을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하고 판매에 제한을 두기로 했다.
이런 와중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이자 마진 쏠림을 문제 삼으면서 금융그룹들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7일에 열린 한 세미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권의 영업 방식에 대해 "약탈적"이라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수익 포트폴리오 경향이 당분간 더 심화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증시와 규제 환경이 나아지지 않는 상황에서 계속되고 있는 금리 인상은 이자 마진 확대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보여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등 금융사들 스스로도 새로운 먹거리 확보를 위해 비이자이익 부문 확충에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금융 여건 속에서는 당분간 이자 마진 쏠림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