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전대 투표율에 與 "단결·화합의 장" 환호…당권 구도는 '안갯속'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3.03.06 13:20
수정 2023.03.06 13:20

與전대, 4~5일 모바일투표율 47.51%…역대 최고 수준

정진석 "당원선거인단이 정당민주주의 역사 새로 쓴 것"

'결선투표 도입·후보 스펙트럼 확대' 등 '흥행 요인' 꼽혀

당권주자들은 '아전인수' 해석…일각선 "최종결과 봐야"

국민의힘 전당대회 투표가 진행중인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당직자가 모바일을 통한 투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투표율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당내에서 고무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번 전대의 흥행이 향후 집권여당으로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역대급 투표율이 나온 만큼 당권 주자들도 각자 유불리 계산에 나서면서 전대 구도에 대한 고심에 빠진 모양새다. 당내와 정치권에서도 이번 높은 투표율의 유불리에 대한 해석이 엇갈리면서 차기 당권 구도의 윤곽은 자동응답(ARS) 투표 이후 드러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인단(대의원+책임당원+일반당원) 83만7236명을 대상으로 지난 4~5일 진행한 모바일 투표의 투표율이 47.5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직전 최고 기록인 2021년 6·11 전당대회의 모바일 투표율 36.16%는 물론 ARS 투표(9.2%)를 합한 종합 투표율 45.36%도 넘어선 수치다. 전당대회 최종 결과는 모바일 투표를 하지 않은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6~7일 ARS 투표를 진행한 뒤 최종 결과를 합산해 8일 발표한다.


이 같은 결과에 우선 국민의힘은 고무적인 분위기다. 전대 자체가 당의 지도부를 뽑는 '당원들의 축제'인 만큼 당을 향한 높은 관심도가 역대급 투표율로 이어졌다는 분석에서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투표율을 언급하며 "당대표 선출 위한 전대 투표율 중 역대 최고 기록이며 84만 당원 선거인단이 정당민주주의 역사 새로 쓴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튼튼히 뒷받침해 대한민국을 도약시킬 당 지도부 만들겠단 열망은 물론 이번 전대를 단결·화합·전진의 장으로 만들란 엄숙한 명령"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대의 가장 큰 흥행 요인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결선투표가 꼽힌다. 결선투표가 없을 때엔 1위 주자를 향한 쏠림현상이 일어나 사표(死票)가 대거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 연출되지만, 결선투표가 도입되면서 2위만 해도 결선에서 반전을 노릴 수 있어 투표에 참여할 동력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당대표 후보들의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골라 뽑는 재미가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쉽게 투표할 수 있는 모바일 투표로 인해 당내 비중이 높아진 청·장년 당원의 접근성이 개선된 점도 흥행 요인으로 거론된다.


김종혁 비대위원은 "100% 당원 손으로 당 지도부 뽑는다는 기대감과 과반이 안 되면 결선으로 간다는 긴장감이 유례없는 당원 참여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당원투표와 결선투표에 비난을 퍼부었던 민주당의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보여준 것이며, 외부의 중상모략과 비난을 이겨내고 새 전당대회 룰울 만들어 성공적인 결과 얻은 데 대해 비대위원 한사람으로서 무한한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전대 들어 선거인단이 84만명으로 늘었는데, 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면 당이나 조직의 권유에 의해 당원이 된 사람보단 자발적으로 입당한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라며 "그렇게 입당한 사람들은 대부분 정치에 관심이 많고 또 투철한 의식이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요인에 의해 투표했을 가능성이 높았던 점이 높은 투표율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왼쪽부터) 안철수, 황교안, 김기현, 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2일 오후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에서 정견발표를 마친 뒤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와 함께 높은 투표율로 인해 당권 구도 윤곽이 불투명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당권에 도전하고 있는 후보들은 이번 높은 투표율을 각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면서 긴장감을 높이기도 했다.


우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김기현 후보 측은 높은 투표율에 대해 김 후보를 결선이란 변수 없이 1차 투표에서 과반 1위로 만들기 위해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김 후보는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투표율이 높을수록 저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며 "표심의 흐름을 보면 절대다수가 김기현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게 현장에서 확인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 모두 높은 투표율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5일 언론인 간담회에서 "대통령실과 몇몇 사람이 당과 수직적 관계를 만들려 하고, 대선에 공이 있는 사람을 적으로 몰아친다"며 "이런 생각을 하면서 침묵하고 있던 다수 당원의 분노가 높은 투표율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천 후보도 지난 5일 "모바일 투표율이 높은 것은 국민의힘의 개혁을 바라는 젊은 세대의 윤핵관 심판투표"라고 분석했고, 황 후보는 "처음엔 당대표 선거에 무슨 이슈가 있을까 걱정했는데 내가 김 후보의 부동산 비리 얘기를 하면서 핫해진 측면이 있다"고 투표율에 대한 의견을 내놨다.


당내와 정치권에선 ARS 투표까지 모두 합산한 최종 투표함까지 열어봐야 당권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율 교수는 "2019년 진보의 성지인 창원 성산구 재보궐 선거에서 51%가 넘는 높은 투표율이 집계되면서 당시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가 여영국 정의당 의원에게 단 0.64%p 차로 졌던 적이 있다"며 "결국 투표율이 높게 나올수록 예측이 불가능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이며, 지금 여론조사에서도 더블스코어가 나오지 않고 있는 만큼 진짜 막판까지 가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ARS는 주로 장년층이 하시는 만큼 전통보수층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2030층이 얼마나 유입됐느냐에 따라 판세는 충분히 바뀔 수 있다"며 "후보별로 지지세력이 명확하게 갈려있는 만큼 전체 투표율과 청년층 투표율이 어느 수준이냐가 결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