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與 당권주자 '막판 총력전'…수도권 물들인 '네거티브'
입력 2023.03.03 00:00
수정 2023.03.03 00:33
국민의힘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 개최
안철수·황교안, '김기현 울주 개발사업 의혹' 집중 공략
김기현, 安엔 "측근·낙하산 공천" 黃엔 "총선참패 원인"
천하람은 "타 후보는 필패 방정식"…후보간 비판 공세↑
2일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각 경기도 고양체육관 앞.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 서울·인천·경기 합동연설회가 열리기 두 시간도 전에 체육관 앞 공터를 가득 메운 국민의힘 당원들은 이번 연설회가 3·8 전당대회의 마지막 연설회라는 걸 알고 있다는 듯 떠나가라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이름을 외쳐댔다.
서울 노원구에서 올라왔다는 여성 책임당원 선모씨(52세)는 "안철수 후보가 지역구 의원을 할 때부터 살면서 모든 활동을 지켜봤다"며 "서울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안철수다. 그러니까 마지막까지 서울에서 힘을 실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하며 '안철수를 당대표로'라는 응원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연설회가 열리는 체육관 안에는 비장함까지 감돌았다. 1층과 2층으로 나눠 마련된 지지 공간을 메우기 시작한 당원들은 곳곳에 지지 후보의 걸개를 걸면서 수도권 대첩을 준비했다. 지지자들까지 이번 합동연설회에서 긴장한 이유는 하나다. 수도권 내 당원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서울·경기·인천이 최종 당선을 결정할 격전지로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의결된 전대 선거인단 현황에 따르면 전체 선거인단 83만9569명 가운데 수도권 비중은 33.50%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서울이 14.79%, 경기가 18.71%다. 이는 보수당의 심장으로 불리는 영남권인 39.69%에 육박하는 수치다.
서울 광진구에 거주한다는 56세 남성 책임당원 김모씨는 "진짜 서울에도 당원들이 많이 늘어났고, 이번 전대에 대한 관심도 높은 수준이다"라며 "여기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진짜 승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 주자들도 이를 의식하는 것처럼 수도권 당원들을 향해 선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네거티브' 전략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먼저 연단위에 오른 안철수 후보는 지난 주말 동안 새롭게 불거진 김기현 후보의 '울주군 상북지구 도시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거론하면서 "도시 개발을 이유로 이권을 챙겼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사건과 판박이라는 의혹이 계속 쏟아진다"고 쏘아붙이면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안 후보는 "자고 일어나면 김 후보에게 새로운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윤심(尹心)이란 후광 없이, 연대라는 속임수 없이 홀로 설 수 없는 후보가 총선에서 이길 수 있겠나"라며 "이런 일이 사전에 알려졌다면 정의를 중시하는 (윤석열) 대통령께서 아예 (김 후보를 당대표) 후보로 생각조차 안 하셨을 것이다"라고 김 후보를 집중 공략했다.
황교안 후보도 김 후보를 겨냥한 메시지로 연설을 시작했다. 황 후보는 "제가 김 후보 비리 의혹을 이야기하니까 '내부총질한다, 또 네거티브한다, 당 혼란을 조종한다'고 얘기하는데, 혼란 조성이 아니라 당의 대혼란과 총선 패배를 막기 위한 내부 수술"이라며 "김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그의 권력형 토건비리, 땅 투기 의혹에 민주당이 맹렬한 공격 폭탄을 할 것이다. 결국 이에 못 이겨서 중간에 비대위가 탄생하게 된다. 이래도 되겠나"라고 김 후보를 겨냥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와 함께 황 후보는 안 후보를 겨냥한 날선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황 후보는 "정당 설립 전문가, 정당 파괴 전문가"라며 "안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당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우리 당이 분열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사회주의로 갈 수도 있다"고 주장하며 안 후보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다른 후보들의 공격 대상이 된 김기현 후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김 후보는 "대통령과 소통하고 공감을 잘하는 분이 대표가 돼야지 당내 갈등과 분열을 일으켜 당 망치는 분이 앞장서면 안된다"며 "(후보들 중에는) 당대표를 하면서 측근·낙하산 공천을 반복해 선거를 망쳤던 분이 이제와 '반성한다, 시스템 공천한다'고 말하는데 대표할 때 그러시지 왜 이제 와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거 국민의당 총선 과정에서 비례대표에 안 후보 측근들을 당선권에 배치했던 사례를 빗대 날선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또 김 후보는 "3년 전 우리는 총선에서 참패했다. 서울·인천·경기 국회의원 121석 중 16석으로 13%밖에 못 얻었다"며 "총선 참패의 원인 누군지 말 안 해도 잘 알 것이다. 그 당시 당대표 누군지 잘 알지 않나. 다시 되풀이 되선 안 된다. 실패한 지도자가 내년 총선 앞장서선 안 된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20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로 총선을 이끌었던 황 후보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자신에 대한 땅투기 의혹을 제기한 황교안·안철수 후보를 동시에 겨냥해 "민주당이 제가 두려워 황운하라는 사람을 내세워 다시 선거공작 망령을 부리려고 한다"며 "민주당은 원래 그렇다쳐도 왜 우리당 내부에서도 민주당과 합작해 민주당 2중대 노릇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연설회장의 대부분을 차지한 김 후보의 지지자들도 안·황 후보를 향해 "가짜뉴스"라고 소리치며 김 후보에게 힘을 싣기도 했다.
천하람 후보는 다른 당권 경쟁자들을 모두 '수도권 선거 필패 방정식'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천 후보는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까지 선거는 달랐지만 우리가 했던 선거운동은 같았다"며 "수도권이나 격전지에서 힘든 선거 한 번도 안 치러본 사람들이 평소에 지도부 완장 차고 마음대로 하다가 선거 때만 되면 잘못했다고 읍소하는 게 어느새 틀에 박힌 우리 당의 모습이 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총선에서 차명진·김대호의 막말 하나를 제대로 처리 못 하고 호떡 공천해 서울 광진 고민정, 안산 김남국, 남양주 김용민 의원 같이 국회의원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된 사태가 벌어졌다"며 "이런 필패 방정식을 반복하겠나"라며 경쟁자인 김기현·안철수·황교안 후보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