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태영호 "역사적 진실 바로 볼 것…좌파 왜곡에 밀려선 안 돼"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입력 2023.02.20 00:00
수정 2023.02.20 00:00

"4·3사건 북한 개입설은 역사적 사실"

"역사적 진실, 계속 밀리면 바로잡기 어려워"

"대야투쟁·尹보조 '원내외'서 이끌겠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가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 연설의 백미는 단연 마지막의 "자유대한민국 만세" 외침이다. 흡사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교도소를 탈출한 주인공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태어날 때부터 '자유'를 공기처럼 누렸던 대한민국 국민과 달리, 악전고투 끝에 북한을 탈출하며 '쟁취한' 가치이기 때문일 터다. 태 후보는 "제가 선택했고, 많은 품을 들여 얻었기 때문에 자유는 너무나 소중하다"고 했다.


그래서 최고위원이 돼야 하는 목적도 누구보다 분명하다. 윤석열 정부를 국내외 반체제 세력으로부터 지켜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허구성을 밝히고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을 보조하는 것 역시 중요한 책무다. 북한 고위층 출신이자, 현재 최고위원 후보 가운데 유일한 지역구 현역의원이라는 점에서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하나의 목표가 더 생겼다. 역사적 진실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김일성의 지시로 4.3사건이 촉발됐다"는 연설회 발언으로 민주당으로부터 '망언'이라는 뭇매를 맞았던 게 계기가 됐다. 당 선관위도 "선거에 이용하지 말라"며 주의를 줬다. 하지만 역사 논쟁을 회피하려는 보수의 나이브함 때문에 좌파의 왜곡을 막지 못했다는 게 태 후보의 인식이다.


그는 "선거에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유세나 연설에는 더 이상 역사 문제를 말하지 않겠지만, 끝나면 역사적 팩트를 강하게 말할 것"이라며 "좌파들이 미래지향적 상생·화해라는 용어로 과거를 왜곡할 때마다 보수가 양보를 하며 밀리다가 이제 와서 바로잡으려니 힘든 것"이라고 했다.


남은 최고위원 경선 과정에서 태 후보의 최대 관건은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태 후보의 지지율은 다른 후보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이다. 인지도에서는 자신감이 있지만, 출마 결단이 늦어지면서 당원들과의 스킨십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태 후보는 "이제 절반이 지났을 뿐"이라며 "왜 최고위원을 해야 하는지 담대하게 당원동지들에게 설명드릴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Q. 제주·부산·광주까지 세 차례 합동 연설회를 마쳤다. 이제 전반전이 끝났는데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리 준비를 좀 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평소에 수시로 각 당협위원장이나 당원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었어야 하는데 (못했다). 선거 때에는 모든 후보가 활동을 하고, 당원들도 다 좋은 말씀을 하시는데, 어디까지가 진짜인지 모르겠더라.(웃음) 인지도가 높다고 하지만 역시 선거는 모르겠더라. 제가 정치인으로는 신인이나 마찬가지인데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새롭게 느낀다."


Q. 북한의 암살 위협으로 항상 경호를 받는 것으로 안다. 당원들을 만나거나 선거운동에 불편함은 없나.


"많은 당원들을 만나다 보니 경호팀을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경호팀도 이미 6년 넘게 함께 지내온 식구와도 같고 경호 때문에 사람들을 못 만날 것은 없다. 최대한 발로 뛰려고 하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가려니 쉽지 않다.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게 아쉽다."


Q. 지금까지 만났던 당원들의 반응은 어땠나.


"당원들이 제 출마 사실을 다 아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만나 보면 'TV에 나오는 분'이라고 알아봐 주시면서도 최고위원 경선에 나왔다고 말씀드리면 '몰랐다'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아무래도 당 대표 선거에 관심이 집중되니, (연설회) 현장에 와서 포스터 보고 최고위원 출마 사실을 아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가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Q. 연설회 때 보면, 마지막에 "자유대한민국 만세"를 외친다. 진정성이 느껴지는지 당원들 반응이 상당했다. 어떤 마음으로 구호를 준비했나.


"솔직한 나의 심정을 그대로 외친 거다. 한국에 계신 분들은 자유가 선천적인 선물과 같지만 북한에서 태어난 저는 다르다. 제가 선택해서 왔고 많은 품을 들였다. 또 제가 자유를 누리는 만큼, 북한에 있는 저의 친척 동료들의 자유는 없어지는 반비례적 관계일 수 있다. 그래서 자유는 저에게 더욱 소중하다."


Q. 지난번 제주 연설회에서 '김일성 지시로 4.3사건이 촉발됐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당에서도 주의 조치가 있었다.


"이 문제로 선거운동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존중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제가 선거와 관계없이 4.3사건 관련 학술회나 토론회 때 얘기했다면 진정성을 인정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전당대회 때 이야기를 하니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선거에 이용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서 선거 유세나 연설에서는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Q. 입장 변경이나 철회는 아니라는 의미인가.


"역사는 아무리 왜곡하고 덮으려고 해도 사실 자체는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되돌릴 수 없다. 4.3은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경찰의 말발굽에 아이가 희생돼 제주도민들의 감정이 격앙돼 있었고, 이걸 남로당이 파고들어 무장봉기까지 간 게 하나다.


다른 하나는 본토에서 무력이 투입돼 과잉진압 과정에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된 것이다. 당시 제주도민의 구성을 보면 남로당원이나 빨치산은 많지 않고 대다수는 억울한 사람이다. 국가권력이 한 사람 한 사람 옥석처럼 가렸다면 억울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텐데 혼란한 시기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그에 대해 국가가 책임을 느끼고 희생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아픔을 치유해 줘야 할 의무가 있다.


이걸 가지고 민주당이 '망언이다' '제주도민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하는데, 난 희생자들을 폄훼한 적도, 비방한 적도 없고 오히려 그런 일이 발생한 데 대해 모든 유족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북한 개입설을 언급한 게 피해자 가족들에 대한 상처라고 하는데 이건 역사적 사실이다. 역사적 진실을 얘기하는 것과 국가의 폭력에 의해 무고한 주민이 희생된 것에 대한 책임은 별개의 것이다."


Q. 광주 연설 때에는 5.18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안 했다. 일각에서는 5.18을 북한이 사주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나.


"5.18 광주의 민주화 정신이 평양에서 휘몰아칠 때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4.3사건 발언 후 일부 사람들이 전화로 '광주도 북한 개입이 아니냐'고 하더라. 하지만 광주는 다르다. 4.3사건 당시 남로당은 중앙당부터 지역까지 실체가 분명히 있었지만, 광주 민주화운동 때에는 공산주의자들의 확고한 조직체는 없었다. 제가 모든 역사적 진실을 다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에서 듣고 또 개인적으로 역사적 사실 자료를 본 결과 북한 개입은 없었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가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Q. 역사 논쟁에 있어서 우파가 좌파에 비해 나이브하다는 지적이 없지 않다. 조금씩 후퇴하다 보니 역대 보수정권의 업적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


"앞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좌파에 의해서 잘못 쓰인 현대사를 다시 쓰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일례로 지난 설에 김구 선생의 암살 이야기를 다룬 KBS 다큐멘터리를 봤다. 그걸 보면 마치 이승만 정부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악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과 같은 분이 정부를 구성하고 한미동맹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의 뿌리를 내렸기 때문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는 게 아닌가.


또한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일으킨 6.25 전쟁의 주역인 김원봉을 국군 창설의 뿌리라고 추켜세우고 서훈까지 하려고 했다. 좌파들이 역사를 미래지향적 상생·화해라는 용어를 쓰면서 왜곡할 때마다 보수가 밀리다가 이제 와서 바로잡으려니 힘든 것이다. 잘못된 역사를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서 자라나는 세대에게 역사적 진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 선거가 끝나면 기회가 될 때마다 역사적 팩트를 강하게 말하겠다."


Q. 북한 전문가로서 대북정책 관련해 문재인 정부와 계속 대치했다. 문재인 정부의 기조는 한반도 비핵화와 그 과정에서의 종전선언, 이후 남북 평화공존 체제를 말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민주당은 지금도 남과 북이 전쟁을 끝내는 게 뭐가 나쁘냐고 주장한다. 얼핏 들으면 그럴싸하다. 그런데 현 대한민국의 안보 상황은 재래식 전쟁 방지 구조를 만들 게 아니라 핵 전쟁을 방지하고 억제할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전협정은 남과 북이 재래식 전쟁을 막기 위한 협정이고 이걸 종전협정으로 대체해 전쟁을 끝내자고 하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그렇다면 여기에 핵 문제를 반드시 넣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철폐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종전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민주당은 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이 다루는 것이고 남과 북은 평화로 가자는 얘기를 한다. 핵과 종전을 왜 분리하나.


문재인 정권도 2018년 처음 종전선언을 꺼낼 때에는 비핵화 과정에서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북한이 '종전선언과 비핵화는 흥정물이 아니다'고 딱 분리를 해버리니까 이걸 받아들이더라. 2019년부터는 종전선언이 앞으로 가고 비핵화가 뒤로 빠졌다. 이것이야말로 북한이 바라는 것이고, 민주당은 그저 북한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것이다."


Q. 다시 선거 이야기로 돌아와서, 최근 지지율을 보면 다른 최고위원 후보들과 비교에 낮은 편이다. 역전의 묘수가 있다면.


"낮은 편이 아니라 꼴등이다. 사실을 바로 봐야지(웃음). 인지도는 있지만 바로 최고위원에 입성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느낀다. 이제 절반 밖에 안 왔을 뿐이다. 제 캐치프레이즈가 '자유를 향한 태영호의 담대한 도전'이다. 왜 태영호가 최고위원을 해야 하는지, 최고위원으로서 무엇을 할 것인지 계속 설명드리면 당원동지들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Q. 왜 최고위원이 되어야 하고, 되면 무엇을 할 것인가.


"저는 목표가 명확하다. 첫째로 내년 총선에서 이기려면 국회에서 이재명의 민주당과 싸워야 한다. 그 전장은 국회다. 지금까지 국회에서 저만큼 싸운 사람이 없다고 자부한다. 이번에도 대정부질문에서 이재명 대표의 면전에 대고 한동훈 장관에게 구속을 하라고 외쳤다.


또 문재인 정부 때 대북전단금지법 처리를 막기 위해 10시간의 필리버스터를 했고, 상임위에서도 종전협정 반대에 목청을 높였다. 이렇게 싸우려면 당과 원내에서 동시에 싸울 수 있는 사람이 지도부에 들어가야 하는데 지역구 현역의원은 저밖에 없다. 원외 인사들이 지도부에 많이 들어오면 원내에서의 역할이 어렵다.


두 번째는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 지원이다. 특히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내년 1월 1일부로 경찰에 이관된다. 이러한 국정원 무력화 법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동안 우리 당이 국민께 제대로 어필하지 못했었다. 지금부터라도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를 백지화하기 위해 범국민적 운동을 벌이는 데 앞장설 것이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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