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공간서 좀 더 추모하면 될 것" vs "서울광장 오세훈 것인가, 서울시 잘못없나"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입력 2023.02.18 06:14
수정 2023.02.18 06:14

시민들 의견 분분 "대구지하철 참사도 지하 1층에 추모 공간…왜 시민들의 휴식공간 고집하나"

"오세훈 시장도 자식 있을텐데 어떻게 유족한테 이렇게 대하는가…탁트인 광장서 좀 더 위로해야"

유족 측 "행정대집행 계고 통지, 언론 통해서 할 수 있는 것 아냐…명확히 특정해 상당 기한 계고해야"

장영수 "유족이면 특정인 아닌 집단…적법하게 전달됐으면 집행요건 충족, 행정대집행 시행 가능"

15일 서울 중구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단체가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설치한 분향소의 자진 철거 권고 기한이 지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시민들 모두의 공간인서울광장에서 철거해 개인적인 공간에서 추모해야 한다는 의견과, 서울시도 참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탁트인 광장에서 좀 더 위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계고 통지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광장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가 기습 설치된 지 14일째인 17일 이태원 참사 유족 측은 시에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았다. 시는 서울광장 분향소에 대해 당장은 행정대집행 시한을 정해두지 않고 추모공간 대안과 관련한 유족 측의 답변을 계속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행정대집행을 단행할 경우 자칫 유족 측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는 등 불미스러운 사태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모(33)씨는 "19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도 중앙로역 지하 1층에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다"며 "그에 비하면 녹사평역 추모공간은 찾아보니 햇볕도 잘들어오고 큰 구조물인데 왜 거절하고 시민들의 휴식공간인 서울광장만을 고집하는지 안타깝다. 녹사평역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각자 집에서 추모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직장인 권모(36)씨는 "가족이 상을 당하면 장례식장에서 3일장을 치르고 고인을 더 기억하고 싶다면 개인적인 공간에서 하면 된다"며 "세상에 억울하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나. 관혼상제라고 자꾸 주장하면 모든 시민들의 공간인 서울광장은 분향소로 넘쳐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돌아가신 분들도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다. 유족들도 이제는 마음을 추스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5일 서울 중구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반면 이날 분향소를 찾은 중구에 사는 이 모(48)씨는 "서울광장이 오세훈 시장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서울광장은 시민 모두의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 씨는 "오세훈 시장도 자식이 있을텐데 어떻게 유족한테 이렇게 대하느냐"고 분노했다. 종로구 50대 주민은 "사고 대응에 서울시도 자유로울 수 없고, 문제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서울광장서 나가라고만 하니 유족 입장에선 분통이 터질 것"이라며 "탁 트인 광장에서 많은 시민들이 좀 더 위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민 10명 중 6명이 핼러윈 참사 분향소를 광화문광장이나 서울광장에 설치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시가 의뢰해 지난 9일 하루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만 1007명에게 ARS(자동응답) 조사 방식으로 설문한 결과 광화문광장이나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응답자 60.4%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응답자 37.7%는 분향소 설치에 찬성한다고 했다.


한편, 행정대집행 관련 계고 통지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유족 측 하주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행정대집행의 요건이 철거 불이행을 방치하면 '공익을 심히 해하는 것'으로 인정될 때, '상당한 기한'을 정해 계고해야만 성립된다"며 "서울시의 행정 처분이 내용적으로도, 절차적으로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하 변호사는 특히 "유족들은 합법적인, 그리고 적법한 계고 통지를 받은 바가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철거 주체 등을) 명확히 특정해서 이뤄져야 하는 계고 통지는 '언론을 통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족이라면 집단이고 그렇다면 특정인을 향해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정인이 자리에 없었다' 또는 '계고장을 확인하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계고 통지를 받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적법하게 전달이 됐다면 집행 요건은 충족하기 때문에 행정대집행을 시행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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