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녹사평역 분향소 대안 달라" vs 유족 "언론 통한 서울시 제안, 답할 이유 없어"
입력 2023.02.13 12:23
수정 2023.02.13 12:31
서울시 "7일 이후 유족 전화 받지 않아…언론 등 통해 소통 메시지 보내지만 피드백 없어"
"유족 측이 용산구청 또는 녹사평역 장소 검토해 달라고 했는데…진실게임 가고 있어"
유족 "녹사평역? 굴 속으로 들어가 목소리 수그러들 때까지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
"대안 추모공간, 공식 제안 받은 적 없어…유족 의사 고려치 않고 서울시 일방 통지, 소통의지 없어"
서울시는 이태원 참사 유족과 서울광장 분향소 관련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녹사평역 분향소' 이전을 원하지 않으면 유가족 측이 원하는 장소를 제안해 달라고 거듭 촉구했다. 반면 유족 측은 "대안 추모공간에 대해 서울시의 공식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서울시가 언론을 통해 한 제안에 답할 의무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13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이틀 앞으로 다가운 행정대집행 여부에 대해 "7일 이후 계속 유가족 측에 전화를 드리고 있지만 받지 않고 있고 언론을 통해서도 소통 메시지를 드리고 있는데 별다른 피드백은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시는 분향소 등과 관련해 12월 초 유가족지원단 옆 사무실을 제안했는데 싫다고 하셨고 유족 대리인이 다른 추가적 공간을 구해 달라고 해서 민간건물 3곳을 12월 9일께 제안을 했지만, (유족 측에서) 12월 22일 (민간 건물)은 싫다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용산구청 또는 녹사평역에 장소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해서 시는 녹사평역을 제안했던 것인데 (유족 측이) 녹사평역 제안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혀 진실게임 형식으로 가고 있다"며 "그래서 시는 (유족 측이) 원하는 장소를 요청하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언론 보도를 보니 유족 측은 시와 직접 소통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대리인도 선임하지 않은 듯하다"며 "대한변호사협회, 유족 대표단, 더불어민주당 등을 통해 계속 '소통하자', '창구를 만들자', '협의하자'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만 피드백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핼러윈 사태로 희생되신 분들에 대한 위로의 마음은 분명하다. 분향소 설치 문제에 대해서도 유족 측과 진지하게 대화할 자세가 돼 있고 소통 의지가 있으니 유족 측에서도 협의하는 자세를 부탁드리고 싶다"고 재차 촉구했다.
서울시민 10명 중 6명은 서울광장에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설치하는 데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소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정책 결정에 참고하기 위해 의뢰한 여론조사"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서울광장 분향소를 옮길 생각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오신환 정무부시장이 전화해 녹사평역 지하 4층을 분향소 자리로 제공하겠다고 했다"며 "그러나 그곳은 유가족이 굴 속으로 들어가 목소리가 수그러들 때까지 가만히 있으란 이야기"라고 반발했다.
유족 측은 전날 언론을 통해 "(대안 추모공간에 대한) 공식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 서울시가 언론을 통해 한 제안에 답할 이유가 없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유족 측은 특히 "유가족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지하는 서울시야말로 소통 의지가 없다"면서 "서울시와 더는 직접 소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