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오늘 세 번째 검찰 출석…"아무도 오지 말라"는데
입력 2023.02.10 01:00
수정 2023.02.10 01:00
10일 오전 11시 서울중앙지검 출석
李 "절대 나오지 말라" 거듭 당부…
체포안 정국 대비 의원단 결속 시도
조사는 '서면진술서'로 갈음할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다. 최근 들어 검찰에 세 번째 출석을 하는 셈이지만, 추가적인 진술을 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체포동의안 정국으로의 국면 전환에 대비해 '나홀로 출석'을 당부하는 등 당내 의원단 단합과 결속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30분 국회에서 당대표로서 정례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발해 오전 11시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은 지난달 10일과 28일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앞서 지난달 10일과 28일에는 지도부를 포함해 수십 명의 당 소속 의원들이 출석 현장에 동행했던 반면, 이날은 이 대표가 홀로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물론 대변인과 당대표비서실장도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이 대표는 변호인만 대동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결정은 이 대표의 거듭된 당부에 따른 것이다. 이 대표는 그간 최고위와 의원총회에서의 비공개 발언을 통해 3차 출석 때는 혼자 갈테니 오지 말아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지자들을 향해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러한 뜻을 알렸다. "절대 나오지 말라"는 지목을 받은 최고위원들도 별도 논의를 통해 서로 동행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이재명 대표의 검찰 출석 때에는 최고위원들이 모두 나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대표가 수 차례 당부해서 뜻을 모은 것으로, 당대표비서실장과 동행하지 않고, 이 대표가 변호인만 대동한다"고 전했다.
의총서 "검찰 출석에 누군 오고 누군
안왔다는 명단으로 불편드려 죄송"
체포동의안 앞두고 단합이 중요한데
강성 지지층의 '자해행위' 원천차단
이같은 거듭된 '동행 자제' 당부의 배경에는 이번 3차 출석으로 검찰 소환은 일단 마무리되고,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요청되는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2차 출석 때에는 수십 명의 의원들이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강성 지지자들이 검찰 출석에 동행한 의원과 동행하지 않은 의원의 명단을 작성해, 후자를 "수박(강성 지지층이 이재명 대표 체제에 비판적인 의원들을 조롱하는 멸칭)"이라며 '조리돌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이 대표로서는 이러한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최근 의총 비공개 발언에서 "그간 나의 검찰 출석에 누구는 오고 누구는 오지 않았다는 명단이 오르내려 괜한 오해를 받고 불편했던 분들에게 죄송하다"며 "이러한 오해를 막기 위해 이번에는 아무도 오지 말아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지난 4일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앞두고 그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의 이름을 걸고 갈등과 분열의 씨를 뿌리거나 이재명을 해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이재명 지지자의 이름으로 공격받고 상처받은 의원들에게는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힌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관측이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과정에서 나타났듯이 지금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내의 단합"이라며 "검찰 출석 현장에 동행한 의원과 동행하지 않은 의원 사이에 틈이 벌어질 수 있는 소지 자체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李, 거듭된 피의사실공표에 극히 예민
'주중 소환' '주말 출석' 계속된 기싸움
끝내 검찰 요구한 시각엔 안 나가기로
"서면진술서 안에 드릴 말씀 다 있다"
이날 출석에 앞서 이재명 대표는 출석 날짜와 시간을 놓고 검찰과 기싸움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때처럼 주말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반면, 검찰은 주중에 출석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결국 이날로 날짜가 절충됐지만 이 대표는 최고위를 주재해야 한다는 이유로 검찰이 요구한 시각보다 느지막히 출석하기로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매주 월·수·금 오전에 당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공지의 일정으로, 제1야당 대표로서 소홀히 해서는 안될 업무"라며 "검찰이 조사 시간에 불만이 있다면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주말에 불렀으면 될 일"이라고 전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10일 1차 출석을 했을 때,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했던 말이 이튿날 조간신문에 실시간에 가깝게 보도된 것에 격앙됐다고 한다. 이에 지난달 28일 2차 출석 때는 주말을 고수해 이를 관철했다. 주말에 조사를 받으면 이튿날 신문이 발행되지 않고, 휴일이라 정치 현안의 화제성과 전파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번 3차 출석 때도 주말 출석을 요청했으나, 이번에는 검찰이 끝까지 응하지 않아 금요일 출석으로 절충이 됐다. 이 대표가 출석 시각에 있어 검찰의 요구와 엇나가게끔 행동하는 것은 날짜 절충 과정에서의 불만을 표출하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날 검찰에 세 번째로 출석하더라도 이재명 대표가 추가적인 진술을 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보인다. 이미 제출한 서면 진술서로 답변을 갈음하겠다고 일관해서 진술하겠다는 것이 이 대표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면서 "내 입장은 검찰에 제출할 (서면)진술서에 다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이 사건에 대해 내가 드릴 말씀은 충분히 다 드렸다"며 "이 (서면 진술서) 안에 다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같은 자세로 볼 때, 이 대표가 이날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들어가기 전에 검찰 수사의 부당성과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정치적 입장을 내는 것 외에 수사 과정에서 추가적인 진술을 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미 제출한 서면 진술서 외에 추가적인 진술서는 따로 준비한 게 없는 것으로 들었다"며 "이번에도 심야 조사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실질적으로 조사를 받는 시간은 2차 출석 때보다도 짧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