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 "경찰 '주취자 방치 사망 사고' 사과…가족 분들께 송구"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입력 2023.02.02 08:54 수정 2023.02.02 08:56

"치안 최일선 현장에서 송구…합리적 대안과 개선책 마련할 것"

동대문서 휘경파출소 방문 현장 점검…1일 오전엔 내부 현안 회의도 개최

경찰 내부, 주취자 보호 직무 범위 불명확 지적도…명확한 규정이나 지침 없어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달 4일 국회에서 국회 용산이태원참사진상규명과재발방지를위한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윤희근 경찰청장은 최근 발생한 경찰의 '주취자 방치 사망사고'와 관련해 "가족분들께 송구하고 합리적 대안과 개선책 등을 마련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2일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 청장은 지난 1일 오후 서울 동대문경찰서 휘경파출소를 방문해 "치안 최일선 현장에서 주취자 보호조치 과정에 있었던 일련의 상황과 관련해 가족 분들께 송구하다고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주취자 처리 문제와 관련해 법적 근거가 있지만 현장에선 유관기관과의 협력 부족 등 미비점이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합리적인 대안이 무엇인지 찾아 나서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경찰로서 안타까운 일이 나타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동대문서 휘경파출소는 최근 길에 누워있는 50대 주취자를 방치해 교통사고로 사망케 하는 결과를 초래한 관할 관서다.


윤 청장은 전날 오전에는 내부 현안 회의를 열어 현장 경찰관 조치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논의했다. 경찰이 위험에 처한 시민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고 방치했다가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연이어 불거지자 서둘러 내부 기강 확립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 동대문경찰서도 지난달 31일 술에 취해 골목에 누워있던 50대 남성을 방치해 승합차에 치여 숨지게 한 소속 경찰관 2명을 감찰 조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당 경찰관들은 시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술에 취한 남성을 발견했지만, 그를 그대로 남겨둔 채 맞은편에 세워둔 순찰차로 돌아와 사고 발생 순간까지 차 안에서 대기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강북경찰서가 주취자 대응을 미흡하게 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소속 경찰관 2명은 한파 속에 술에 취한 60대 남성을 집 안이 아닌 대문 앞까지만 데려다주고 가 결국 사망하게 했다. 경찰은 이들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일련의 사태를 두고 주취자 보호와 관련된 경찰관의 직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지적과 함께 현장 경찰관에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관련 제도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경찰관 직무집행법은 술에 취해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사람을 보호하도록 규정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보호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규정이나 지침이 없는 상태다.

박찬제 기자 (pcjay@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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