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 물어보니 99] "이재명, 진술서 마지막서 자기 죄 인정하고 선처 구하는 듯해"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입력 2023.01.18 14:16
수정 2023.01.18 15:19

이재명 진술서 "광고비, 사익 아닌 공익에 사용…단 한푼도 사적이익 안 취해"

법조계 "진술서 공개로 취할 법적 이익 없어…엉뚱한 소리로 수사 초점 흐리려는 것"

"여론전 통해 검찰 압박하고…검찰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

"검찰 '대가성' 강조해도…부정청탁 부분 빼고 돈 한 푼 받은 사실 없다만 주장, 이재명의 프레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관련 검찰 조사 당시 제출했던 진술서를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공개해 그 의도에 관심에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가 진술서 공개로 취할 법적 이익은 없다면서도, '여론전'을 통해 검찰을 압박하거나 엉뚱한 소리로 수사의 초점을 흐리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진술서 마지막 대목에서 제3자 뇌물과 일반 뇌물을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해, 마치 자기 죄를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로 선처를 구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날 공개된 이 대표 진술서에 따르면, 그는 지난 10일 검찰 조사에서 "(성남FC에) 지급된 돈은 무상으로 받은 후원금이 아니라 광고계약에 따라 성남FC가 실제 광고를 해주고 받은 광고비"라며 "광고비는 사익이 아닌 공익에 쓰였다. 구단 운영비로 전액 투명하게 쓰였고, 광고비만큼 성남시 지원 부담도 줄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구단 운영이나 광고비와 관련해 단 한 푼의 사적이익도 취한 바 없다"며 "일반론으로 보아도 공무원이 사익을 도모하지 않고 공익행위를 했는데, 사적 이익을 취한 경우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의 진술서 공개에 검찰 조사·재판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칠 만한 부분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표가 '검찰 프레임에 말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진술서를 공개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건 변호사(법무법인 건양)는 "일단 '여론전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이 짜놓은 프레임에 말리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 프레임을 짜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대표가)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것이 (진술서에) 부정한 청탁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이 많이 없다"며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부정한 청탁'이 있어야 한다. 검찰도 '대가성'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 그런데 이 대표는 '나는 돈 한 푼 받은 사실이 없다'고만 강조하고 있다. 이게 이 대표의 프레임"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국회 사랑재에서 2023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진술서는 성남FC) 광고비로 (돈을) 받았고, 본인은 한 푼도 안 챙겼다는 내용이다"라며 "제3자 뇌물수수는 원래 본인이 안 챙긴 경우 성립하고, 본인이 챙기면 뇌물수수인데 엉뚱한 소리로 (수사) 초점을 흐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제3자 뇌물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때 성립한다. 현재 이 대표는 '제3자 뇌물'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데, 정작 검찰에 가서는 '뇌물수수'를 한 적이 없다고 해명한 부분이 '초점 흐리기'라는 설명이다.


구주와 변호사(법무법인 파라클레투스) 역시 진술서 공개가 법적인 부분에서 미칠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는 진술서 중 <7. 뇌물죄와 제3자 뇌물죄는 형량이 같습니다> 부분에서 이 대표가 '선처'를 구하는 느낌이 난다고 분석했다.


구 변호사는 "제3자 뇌물과 일반 뇌물을 동일하게 처벌하는 게 부당하다는 내용이 마지막에 있더라"고 전제한 뒤 "이건 마치 자기 죄를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로, 제3자에게 선처를 바라는 내용으로 보인다. 이 부분이 특이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성남FC 구단주로 있으면서 대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유치하고 인허가 편의를 제공해줬다는 내용이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관련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는데 A4 용지 6쪽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한 후 "진술서로 갈음한다"는 답변을 반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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