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믿고 사겠나"…주먹구구 가격정책에 브랜드가치 '추락'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3.01.16 14:32
수정 2023.01.16 15:34

테슬라 모델3. ⓒ테슬라

"1억 주고 산 차가 순식간에 8000만원대로 떨어졌어요. 원래 중고차 값이 8000만원이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래도 중고 가격이 일정 수준으로 보장되는 다른 수입차를 샀을 텐데… 허탈하네요."


지난해 1억여원을 주고 테슬라 '모델Y'를 구매한 최주현(가명·41)씨는 1년 만에 1000만원 이상 하락한 가격을 보며 탄식했다. 중고차 가격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새차 값이 떨어진 것이다. 최씨는 차를 팔고 싶어도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낮은 금액을 받고 차를 팔아야하는 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


테슬라가 최근 큰 폭으로 차량 가격을 할인하면서 두터웠던 팬층이 깨지고 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순식간에 장악했지만, 테슬라 차량의 잔존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브랜드 신뢰도에도 비상등이 켜진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을 내리고 있다. 테슬라는 미국을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서 세단인 모델3와 모델S, SUV인 모델Y와 모델X의 판매가를 최대 20%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는 기존보다 모델3의 경우 1만 달러(1240만 원), 모델Y의 경우 1만3000달러(1614만 원) 저렴해졌다.


이는 최근 고금리, 고물가로 긴축정책이 이어지면서 판매량이 줄자 쌓인 재고를 처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수요를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문제는 급격한 가격 인하로 테슬라 차량의 잔존가치가 크게 하락하면서 테슬라의 브랜드 신뢰도에까지 비상등이 켜졌단 점이다. 내연기관 브랜드가 주도하던 자동차 시장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지만, 들쑥날쑥한 가격 정책으로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어서다. 이번에 단행한 가격인하로 할인 직전 테슬라를 구매한 소비자는 순식간에 1000만원 이상을 날리게 됐다.


실제 테슬라는 그동안에도 들쑥날쑥한 가격 정책으로 여러차례 소비자들의 비난을 산 바 있다. 지난해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들어 다섯차례나 가격을 올리면서 가격이 '시가'라는 말까지 나왔다. 횟집에서 제철 생선에서나 쓰일법한 '시가'가 수천만원짜리 자동차의 수식어로 붙은 셈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미 3년동안 10번이나 가격이 오락가락하면서 테슬라의 브랜드 이미지는 조금씩 추락해왔다"며 "주가 역시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테슬라의 브랜드 이미지는 나빠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가격 인하정책이 테슬라에게 치명적인 것은 전기차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보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그간 OTA(무선업데이트), 자율주행으로 타 브랜드와 차별점을 뒀지만 최근 자동차 브랜드들의 기술 수준이 빠르게 올라오면서 이마저도 내세우기 어렵게 됐다.


게다가 4년째 이어진 신차공백 역시 테슬라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소다. 테슬라는 2020년 모델 Y 이후로 신차를 내놓지 않고 있다. 3년 전 픽업트럭인 사이버 트럭을 공개했지만, 생산 일정이 수차례 지연되면서 아직까지 소식이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가격 인하로 인한 잔존가치 하락은 테슬라의 재도약을 어렵게하는 직격타다. 새차 값이 중고차 값 만큼 하락하면서 기존 소비자가 구매한 테슬라의 자산적 가치가 크게 추락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테슬라의 급격한 가격인하로 신차보다 중고차 값이 높은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중고차 시장에 신차 가격이 반영돼 실제 보유 차량을 중고로 처분할 때는 6000만원 밑으로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교수는 "글로벌 제작사들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를 바짝 쫓아오면서 더이상 기술적인 면에서는 테슬라와 차이가 없어졌다"며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진 상황에서 테슬라가 급격히 가격을 인하하면 소비자들의 신뢰도는 추락할 수 밖에 없고, 한번 하락한 이미지는 다시 올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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